특히 검찰이 SAT 문제 유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유출된 시험지가 브로커들을 통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대학 입학의 주요 기준인 SAT의 공신력 문제도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23일 본지가 브로커 A씨를 통해 입수한 1995~2013년 SAT를 분석한 결과, 주관사인 ETS와 칼리지보드가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1월, 5월, 10월 시험지 외에도 공개 자체가 금지된 11월, 12월에 치러진 문제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 20년치 시험지는 46세트, 2000쪽 분량에 이른다. SAT는 문제은행 방식이기 때문에 시험지의 외부 반출이나 기출문제 공개가 엄격하게 금지된다.
A씨는 그동안 일부 부유층과 서울 강남의 SAT 어학원을 대상으로 유출된 시험지를 세트에 따라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을 받고 판매해 왔다. 최근 출제된 기출문제가 포함될수록 가격은 크게 치솟는다.
A씨는 시험지 유통이 불법인 만큼 시중 은행에서 송금 받지 않는 대신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발행하는 수 천 달러의 상품권을 이메일로 '선물'받는 수법으로 수사기관의 계좌추적을 피했다.
A씨는 "한국이 검찰 수사로 떠들썩한 탓에 특정 날짜에만 팔고 그 이후에는 더 거래하지 않는다"며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에 필요한 생물, 화학, 수학 과목도 유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시험문제 유출과 관련해서는 2006년 한영외고가 문제 유출 논란에 휩싸여 '테스트 센터' 자격이 박탈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권과 미국의 시차를 이용한 문제 빼내기에 이르기까지 매년 갖가지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나, 유출된 20년치 시험지가 한꺼번에 거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돼 팔리는 시험지의 경우 대부분 테스트 센터 관리·감독이 허술한 태국이나 중국 등지에서 빼돌린 것"이라면서 "이 가운데 내년에 똑같이 출제될 가능성이 큰 문제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시험지 대량 유출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지의 이메일 인터뷰 요청에 톰 유잉 ETS 대변인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TS의 국내 관계자는 "ETS 본사에 문의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