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SW 대놓고 사겠다?…'금감원 눈총'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 2013.12.21 07:55

[조성훈의 테크N스톡] 거래소도 국산SW 대거 도입하는데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주한 한 IT시스템도입 사업이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사업명은 '전자공시시스템 오라클 DBMS 소프트웨어 도입사업' 입니다.

전자공시시스템의 정보를 저장관리하는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신규 구입하는 겁니다. 구입비용은 1억원 남짓입니다.

IT업계는 이에대해 적잖은 반감을 표합니다. 공공기관이 대놓고 외산 소프트웨어(SW)를 사업명에 못박아 발주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최근 정부시책에따라 국산 SW 비중을 확대하는 가운데 특정 외산SW를 꼭집어서 사업명에까지 넣는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되면 국산SW업체들이 아예 입찰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에대해 금감원 해명은 이렇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은 2000년도 개발 당시 부터 오라클사의 DB를 사용해왔다. 따라서 앞으로도 오라클 DB를 쓸 수 밖에 없다. 이번 사업은 기존 노후화된 오라클DB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

금감원 관계자는 오라클DB를 좀더 저렴하게 구입하기위해 발주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총판(판매대리점)에 따라 가격이 다른만큼 경쟁입찰방식으로 좀더 저렴하게 구입하겠다는 겁니다. 그 같은 설명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다른 대체제를 사용할 여지가 없으며 국산 SW를 채택할 경우 장비 호환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조성훈 증권부 기자
국산 DB의 성능이 개선됐긴 하지만 전세계가 성능을 보장하는 오라클 제품에는 아직 못미치고 자칫 에러나 장애가 발생해 전자공시시스템에 문제라도 생기면 그 책임을 누가지겠느냐는 것입니다.

이에대해 IT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상당수 국산DB 제품들은 이미 성능면에서 외산 제품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가격이나 기술지원면에서 외산제품에 비해 유리한 조건입니다. 호환성도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 오라클 고객을 겨냥해 개발한 만큼 호환성에 문제가 있다면 팔리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미 국산DB는 최근에는 금융권의 핵심업무용 DB로 채택될 정도로 기술력이 향상됐습니다. 최근 IBK기업은행은 국산업체인 티베로의 제품을 차세대시스템에 도입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증권업계에서도 최근 국산SW 채택바람이 불고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차세대 매매체결거래시스템인 '엑스추어플러스'의 메인DB로, 한화투자증권도 지난 9월 오픈한 차세대시스템에 국산DB를 도입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성능검증 결과 국산DB가 외산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판단해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쯤되면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물론 전자공시시스템은 중요합니다. 최고의 SW로 안정성을 유지하고 성능을 끌어올리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성능에서 문제가 없다면 그리고 더 저렴한 가격이라면, 국산 SW에게도 맞붙어볼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모든 주식거래를 처리하는 핵심기간시스템에 과연 성능에 문제가 있는 국산SW를 억지로 채택했을까요?

물론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못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조족지혈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관심과 의지입니다.

우리 산업이 크지못하면 결국 우리 금융기관, 공공기관의 설자리도 사라집니다. 공공기관들이 국산SW 도입에대해 좀더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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