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어느 1인 개발자의 하루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 2013.12.14 08:08

[겜엔스토리]<31>오전 10시 출근, 밤 9시까지 엉덩이 뗄 시간 없어···"개발 재미? 안 해보면 몰라"

편집자주 | 게임보다 재밌다. 게임보다 흥미진진하다. '대박'친 자랑부터 '쪽박'찬 에피소드까지. 달달한 사랑이야기부터 날카로운 정책비판까지. 소설보다 방대한 게임의 세계관, 영화보다 화려한 게임의 그래픽, 첨단과학을 선도해가는 게임의 인공지능. '게임 엔지니어 스토리'는 이 모든 것을 탄생시킨 그들의 '뒷담화'를 알려드립니다.

권용준 하즈스튜디오 개발자
오전 10시.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한 벤처 육성 센터의 문을 열어젖힌다. 전날에도 늦게까지 일한 덕에 아직 피로는 다 풀리지 않았지만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다고 해서 마냥 늦을 수만은 없다.

3명이 앉을 수 있는 사무실 책상 중 2곳에 컴퓨터가 놓여있다. 대형 모니터가 2개씩. 개발자 2명이 마주보고 앉아있지만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는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복도로 나가 담배 한 개비를 태운다. 게임 개발을 시작한 지 어언 1년. 70%가량 개발을 마쳤는데 완성 날짜도 어떻게 출시할지도 아직 정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

'게임 개발은 노가다'라는 말이 있다. 그나마 지난해 스마트폰 게임 붐이 일었을 때만 해도 좀 덜했다. 리소스가 적게 투입되는 캐주얼게임이 득세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개발기간도 짧고 투입되는 인력도 적었다. 그랬던 모바일게임이 점점 PC온라인게임을 닮아가면서부터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됐다. 머릿속에 구상돼있는 게임속 세계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욕심은 욕심을 더한다.

프리랜서 개발자이자 현재 하즈 스튜디오에서 권용준 개발자와 함께 게임 개발을 하고 있는 이창훈 개발자. 그는 '히어로즈앤좀비'라는 게임으로 지난해 4월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 으뜸앱을 수상했다. 유명 게임 개발사에서 디자인을 맡아오다가 홀로 개발한 게임이 바로 히어로즈앤좀비였다.

퇴사 후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한 그는 10년 이상 개발 경험이 있는 권 개발자와 함께 후속작 개발에 돌입했다. 아무래도 본인은 디자인에 집중하고 전통 개발자가 게임 개발을 맡는 것이 더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창훈 프리랜서 개발자
히어로즈앤좀비는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다. 차기작인 '히어로즈앤몬스터(가제)'는 전작을 바탕으로 깊이를 더한 작품이다. 기본 바탕이 되는 게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려다보니 어느새 1년이 흘렀다.

이 개발자가 요새 하고 있는 일은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듬고 게임 밸런스를 맞춰가는 작업이다. 디자인 초안으로 개발이 완성된 부분에 더 정교한 그래픽을 입히는 것이다. 각 메뉴별 구성은 어떻게 할지, 카드의 디테일을 어떻게 살릴 지 등 최종 단계의 그래픽을 구현해내기 위해 하루가 분주했다.

권 개발자가 하고 있는 일은 이용자의 손맛을 더하고 게임 밸런스를 맞춰가는 작업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연결한 뒤 프로그래밍 언어로 수치를 하나씩 바꿔가면서 직접 게임을 시험해보는 일이 반복됐다.


오후 12시까지 아무런 대화 없이 각자의 모니터를 응시하던 두 개발자는 이윽고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일어났다. 센터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올라와 다시금 개발을 시작했다.

오후 1시 40분. 처음으로 사무실 내에서 긴 대화를 주고받았다. 게임을 시험해보던 권 개발자가 캐릭터의 적 인지 거리가 너무 멀다고 지적했다. 캐릭터 스킬로 들어가 있는 기술을 소모성 아이템으로 바꾸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제안도 했다. 두 개발자는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한참을 의견을 교환하더니 다시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또 다시 흐르는 침묵. 오후 6시30분이 될 때까지 화장실, 흡연 등을 위해 2~3차례 자리를 떠난 것 외에는 컴퓨터와 개발자의 싸움이 계속됐다. 오후 6시가 되자 권 개발자가 화이트보드에 써있는 메모 2개를 지운다. 당장 작업해야 될 일 14개를 지난주 써놓았는데 이제 4개만 남았다. 두 개발자는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게임 개발은 인내심과의 싸움이었다. 가상 세계를 구현해내기 위해 신경 쓸 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 각자의 캐릭터나 몬스터가 인공지능으로 움직여야 하고 세계관, 그래픽, 메뉴 구성, 배경음악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쏜 화살처럼 흘러간다. 이 개발자는 "너무 빨리 시간이 흘러가 걱정될 지경이다"고까지 했다. 이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1주일 중 보통 6일 이상을 일한다. 내가 만든 게임을 완성시켰을 때의 그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두 개발자와 함께한 지난 11일, 서울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어느새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고 산으로 둘러싸인 개발 센터는 흰 눈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졌지만 그들이 일하는 사무실의 불빛은 도통 꺼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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