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들 교사로 변신, '반도체 과학교실' 가보니

머니투데이 화성(경기)=정지은 기자 | 2013.12.09 08:55

생활 속 숨은 반도체 역할 알려…학생들 "반도체 재미있어요"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화성 능동에 위치한 푸른초등학교 6학년 8반 교실에서 30명의 학생들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직원들로부터 '반도체 과학교실'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
"얘들아, 어때? 반도체 재미있지?"

교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새어나온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화성 능동에 위치한 푸른초등학교 6학년 8반 교실의 풍경이다. 30명의 아이들이 6명씩 조를 지어 앉아 활기차게 수업을 듣는다. 점심시간 이후라 졸릴 법도 한데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초롱초롱한 눈빛이다.

◇삼성전자 직원들, 초등학교 일일교사로 '변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길러주고 과학의 재미를 알려주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매월 사업장 인근지역 초등학교 대상으로 '반도체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손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 수업의 특징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반도체연구원들이 일일 선생님으로 참여해 반도체를 소개하고 그 원리가 적용된 콘덴서 비행기를 함께 만드는 순서로 진행된다.

'반도체 과학교실'은 이날로 32회째를 맞았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지난 석달간 32개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반도체를 소개했다. 총 400여 명의 직원들이 3800여 명의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이날 수업 대상은 푸른초 6학년 전체 학생 220명.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직원 20명이 일일 선생님으로 활약했다. 본격적인 각 반별 수업에 앞서 대강당에 모두 모여 반도체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부터 시작했다. 강연자로 변신한 박영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EDS팀 과장은 자신을 '살찐 김기리(개그맨)'라고 소개하며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

"친구들은 반도체가 뭐라고 생각해요? 어렵다고요? 에이, 우리 일상 속에 얼마나 많은 반도체가 있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요? 알고 보면 우리 가까이에 있어요."

친구와 대화하듯 편안한 분위기에 학생들은 흥미로워했다. 어렵고 딱딱하게만 생각했던 반도체가 생활 곳곳에 숨어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며 저마다 박 과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박영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EDS팀 과장(가운데)이 학생들에게 콘덴서 모형 비행기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
스마트폰의 두뇌부터 컴퓨터, 카메라, 냉장고, 게임기까지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대부분의 제품에 반도체가 들어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각종 전자제품에서 전기신호 또는 정보(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얘기였다.

반도체가 없었다면 지금도 얼굴보다 큰 전화기와 커다란 수동 카메라를 들고 다녔을 거라는 얘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파워포인트에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들이 나열될 때마다 학생들은 감탄사를 쏟아냈다.

◇교과서 없이 웃으며 배우는 반도체 이야기

약 30분간의 짧은 강연이 끝난 뒤 학생들은 각 반별로 흩어져 본격적으로 실습에 들어갔다. 실습 주제는 콘덴서가 탑재된 모형 비행기 만들기. 손가락보다 작은 콘덴서가 비행기를 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모형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반도체 원리를 자연스럽게 깨닫고 창의력까지 기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콘덴서는 전자회로에서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장치로 커패시터 또는 축전기라고 부른다. 이 콘덴서가 모형비행기의 프로펠러를 돌리는 동력을 전달하면 비행기가 더 오래 더 멀리 날 수 있다.

이날 6학년 8반 실습은 박 과장과 또 다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EDS팀 직원인 박종선 사원이 일일 교사로 나섰다.


박 과장은 "기계를 제어하거나 정보를 기억하는 반도체의 특성을 직접 체험하며 익히도록 한 것"이라며 "아이들이 반도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도체 과학교실' 일일수업 강연자로 나선 박종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EDS팀 사원이 학생에게 콘덴서 모형 비행기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
설명에 따라 순식간에 척척 모형을 조립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선생님, 제 비행기는 이상해요"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박 과장과 박 사원이 교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친절히 안내했다.

"바로 그거야. 우리 친구들 정말 잘하는구나."

박 사원의 격려에 조문현군(13)이 활짝 웃음 지었다. 조군은 "선생님이 재미있게 얘기해주니 반도체가 쉽고 재미있게 느껴진다"며 "책으로 배우는 것과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중학교 가서도 이런 방식으로 과학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반 친구인 김서연양(13) 역시 "재미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양은 "원래 반도체를 잘 몰랐는데 이 수업을 통해 반도체의 역할을 이해하게 됐다"며 "반도체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김양은 "내 꿈은 선생님"이라며 "오늘 선생님들이 우리들에게 재미있게 알려주신 것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내년에는 중·고등학교로 확대 계획

마침내 교실 안 모든 학생들이 만들기를 끝내자 직접 운동장으로 나가 모형 비행기를 날려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건전지로 콘덴서에 5~10초 충전했을 뿐인데 1분 이상 날아가는 성능을 자랑했다.

박종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EDS팀 사원(가운데)이 푸른초 6학년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콘덴서 모형 비행기를 날리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
박 사원은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지도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뿌듯하다"며 "평소 생각하지도 못했던 작은 부품들이 반도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 반도체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성취감까지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사원은 "더 나아가 이들 중 10%가 반도체에 관심을 갖고 이공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운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학생들에게 반도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제 '반도체 과학교실'은 이달 3회를 더 개최한 뒤 올해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다. 올해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내년에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에게도 수업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 과장은 "내년에는 회사 사업장 인근 지역 초중고를 대상으로 수업 규모를 확대하려고 한다"며 "'반도체 과학교실'이 기업 재능기부의 새로운 롤 모델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반도체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삼성의 기업이미지까지 좋아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반도체를 접하고 관련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비행기를 날렸다. 한지은양(13)은 "작은 콘덴서의 힘으로 비행기를 날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반도체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며 활짝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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