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가 11월 29일 싸이월드를 비롯한 핵심서비스 분사 및 네이트의 검색을 다음에 넘기기로 한 결정이 알려지면서 대기업들의 '인터넷 잔혹사'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SK컴즈는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한데 이어 2006년에만 이투스·이글루스·네이트 등 굵직한 인터넷 벤처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현재 이들 서비스는 모두 타사에 매각했거나 분사,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7월 KT의 자회사인 KTH는 포털 '파란' 서비스를 종료키로 하고 연이어 게임과 모바일 앱 시장에서 종료했다. KTH는 2004년 파란을 통해 5대 스포츠신문사의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며 포털 및 언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결국 국내 벤처 포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들 통신 대기업 외에도 국내 인터넷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 가운데 국내에서 의미있는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 역시 인터넷 시장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2000년 4월과 5월 창립한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이들 기업은 인터넷벤처 열풍에 맞춰 야심차게 출범했다.
이들 기업 외에도 국내 다수의 대기업들이 인터넷 벤처 열풍 당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직간접적으로 인터넷벤처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인터넷벤처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내고 있는 대기업 서비스는 전멸하다시피 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인터넷벤처 실패 원인에 대해 제조업 기반으로 조직문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꼽는다.
국내 인터넷벤처기업에 있다가 전자대기업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이직한 한 개발자는 "장비와 인력, 시간을 투입하면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늘어나는 제조업과 인터넷 산업은 체질적으로 전혀 다르다"며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여전히 제조업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SW인력을 운영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상명하복 식의 군대적 문화가 상존해 인력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현하기 힘들다"며 "대기업이 아무리 인터넷벤처 인력을 수혈해도 결국 결정권자는 제조업 방식에 익숙한 임원들이고, SW 출신 임원들도 단기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경질당하는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빠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의 부재도 실패의 주요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소속 인터넷 기업에서 특정 팀이 주요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려면 대표이사, 모기업, 지주사 등 여러 단계의 결제를 받아야 한다"며 "사안이 한바퀴 돌아서 내려오는데 수개월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내용도 누더기가 돼 내려오기 일쑤였다"고 지적했다.
모기업의 이해관계 역시 족쇄가 된다. 전직 SK컴즈 인사는 "카카오톡이 등장하기 이전 사내에서 왓츠앱을 벤치마킹한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를 기획했지만 모기업으로부터 '문자수익을 망치려느냐'는 질책이 나오면서 해당 프로젝트가 무산됐다"며 "결과론이지만 당시 해당 서비스가 제대로 시행됐으면 지금의 SK컴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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