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APEC때 TPP '관심표명' 안한 韓...왜?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3.12.02 06:00

한·중FTA 2단계 협상 시작 시점...중국의 우호적인 분위기 깰 우려 제기

지난 10월7일 인도네시아 발리. 박근혜 대통령은 '제21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곳에 왔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참가국과 사전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일부 언론도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라 '한국의 TPP참여 여부'에 대한 추종보도를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통상당국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TPP에 대한 연구는 진행하고 있지만, '관심'이나 '참여'에 대한 내용은 결정된게 없다는 게 요지였다. 50여일이 지난 11월29일. 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TPP에 대한 관심을 표명, 사실상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2개월도 안돼서 이같이 돌변한 이유는 뭘까.

1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TTP 가입 자격이 주어지는 국가들은 모두 APEC 회원국이기 때문에 TPP 신규 참여 의사가 있는 나라들은 APEC을 통해 '관심표명'을 한다. APEC 정상회의에서 관심을 표명하며 가입국들과 자연스럽게 논의를 하고, 공식 참여선언을 하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TPP는 지난 2005년 뉴질랜드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가 맺은 'P4' 협정을 시작으로 2008년에 미국 호주 페루, 2010년 베트남 말레이시아, 지난해 멕시코 캐나다에 이어 올해 일본이 합류했다. 일본과 캐나다, 멕시코 등도 지난 2011년 11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관심을 표명했고, 이후 시차를 두고 참여했다. 일본은 올해 4월 공식 참여를 선언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TPP 협상 참여국 모두 APEC 회원국이기 때문에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관심표명을 하고 자연스럽게 참여국들과 구체적인 접촉이 이뤄진다"며 "TPP에 가입하려는 국가들은 그런 관례에 따라 APEC정상회의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APEC에서 관심표명을 하는 관례를 깨고, 독자노선을 구축했다. 중국이란 커다란 시장 때문이다. 지난 10월 APEC 정상회의 당시 정부가 TPP 관심표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 안팎에선 실제 "TPP에 대한 입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문제는 당시 한·중 FTA 2단계 협상 준비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 미국과 일본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TPP에 한국이 참여를 선언할 경우 정치·경제적으로 G2로 부상한 중국이 한·중FTA에 소극적으로 나올 공산이 컸다. 중국은 TPP에 대항해 인도와 함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주도하고 있기 대문에 무게 중심을 틀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로선 특히 지난 9월 한·중FTA 1단계 협상을 마치고, 2단계 협상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TPP 관심표명으로 중국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깰 수 없었다.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13억 중국 시장과 FTA를 맺지 못하면 우리로서도 경제적 손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최근 FTA 2단계 첫 협상을 갖고, 어떤 품목을 얼마만큼 개방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앞서 두 나라는 1단계 협상에서 품목 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의 자유화율(관세철폐율)에 잠정 합의했다.

앞으로 본격적인 품목별 협상이 진행될 예정인데, 한국이 중국과 FTA 본격협상에 앞서 TPP에 대한 관심을 표명할 경우 중국이 우리와의 FTA에서 다른 입장을 보였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결국 "TPP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과 여론수렴 작업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절차와 부처간 협의 등을 거쳐 나중에 관심표명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TPP는 국익 극대화 원칙에 기초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참여를 위한 첫 번째 절차인 관심표명을 이번에 했고, 우리의 참여 가능성 타진을 위한 예비 양자협의를 통해 12개 TPP 참여국들과 참여조건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양자 협의 과정에서 TPP 참여국들이 제시하는 참여조건이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과도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면 다음 단계인 TPP 참여선언을 보류하고 양자협의를 지속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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