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 '20대 슈퍼개미' 채씨를 위한 변명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13.11.30 12:36

친인척 투자금 모아 상장사 주요주주로… 주식으로 수익 불구 SW벤처 사업 손실

'20대 슈퍼개미' 채모씨의 얘기가 주식투자 게시판을 달구고 있습니다. 20대의 이른(혹은 어린) 나이에 주식 투자로 성공해 주목받은 청년이 친인척들의 투자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입니다.

채씨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을 둘러싼 한-중 지적재산권 싸움이 불거진 가운데 토종게임개발사인 액토즈소프트 주식을 매입해 지적재산권 보호와 소액주주 권리를 주장했던 주인공.

채씨를 만난 건 2008년 1월 특수 관계자(주로 친인척) 12명을 포함해 액토즈소프트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직후 연대 앞의 한 식당에서였습니다. 당시 스물여섯 살 중문학도 채씨는 만나자마자 국내 콘텐츠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가 너무 허술하다며 한숨 쉬었습니다.

젊은 학생이 경영권 분쟁을 재료로 주가를 띄우려나 싶어 내심 경계도 했지만 게임산업과 콘텐츠 발전에 대한 애정만은 남달랐습니다. 그 때 소프트웨어산업 담당이 아닌 증권부 출입이었다면 일찌감치 선 긋고 만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투자서적을 내고 지인들을 동원해 상장사 지분을 5%이상 확보할 정도의 '선수'였으니 말입니다.

당시 중국 게임업체 샨다는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토종게임 '미르의 전설'을 카피하고 저작권 소송이 벌어지자 개발사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해버린 뒤였습니다. 채씨는 샨다와 액토즈소프트의 거래에 의문을 제기하며 소액주주의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액토즈소프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희미해졌고 출입처가 바뀌면서 채씨와 연락도 뜸해졌습니다. 간간히 전화로 온라인게임과 콘텐츠벤처를 꾸리고 있는데 주식투자보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게 뿌듯하다고 했습니다. 가족사로 인해 학생신분에 조부모를 혼자 모시고 있는 걸 알기에 오랜 연인과 결혼한단 말에 진심으로 축하했습니다.


안부문자만 간혹 주고받다 지난달 초 마포의 한 족발 집에서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병역특례로 일하고 있는데 지분 투자한 게임회사가 골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소식은 검찰 구속. 2007년 1월~2010년 4월까지 친인척을 중심으로 지인들에게 총 투자금 11억원을 받아 일부를 자신의 개인명의 통장으로 옮겨 운용했고 아파트와 자동차 구입, 회사운영비, 채무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입니다.

채씨의 고교 동창인 애널리스트 L씨는 "투자한 친인척들이 주식투자로 자금을 불린 후에 돈을 회수하지 않고 (채씨의) 개인회사에 재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식과는 달리 사업은 잘 안 풀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근 7년 전 그 나이 또래엔 지인들의 투자를 일임 받아도 세부조건을 계약 형태로 명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수익이 나면 문제가 없지만 손실이 나면 사기꾼으로 몰리기 십상"이라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가지고 있는 현금보다 더 많은 주식을 사고 소액주주 권리행사에 주력한 점을 볼 때 채씨의 투자스타일은 가치투자와는 분명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동아리모임에서 알게 됐다는 또 다른 여의도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주식으로 손해 보지 않은 몇 안 되는 지인"이라며 "선후배들을 잘 챙겨 평판이 좋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채씨는 2008년 콘텐츠개발사 K사를 세우고 게임개발사 K사에 지분참여를 하는 등 벤처사업에 도전했으나 회사 재정이 악화되면서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로 시작해 투자자문사를 세운 한 최고경영자(CEO)는 "사업은 주어진 자원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벌여야 하는데 이른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 조급했던 게 아닌가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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