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 "동남아 점령 시작됐다"…200억弗 돌파

머니투데이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지영호 기자 | 2013.11.26 06:05

["세계속에 '한국건설의 魂' 심는다 2013" - 동남아시아(1)]①올 최고 수주액 기록


 "한국이 동남아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아시아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싱가포르 경제인들이 한국 건설기업들의 수주물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자 숙덕이던 얘기다. 한국 기업들의 이른바 '싹쓸이 수주'로 일감부족에 시달리던 싱가포르 건설기업들은 협회를 통해 정부에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신용섭 삼성물산 동남아총괄 상무는 싱가포르 맥스웰로드 인근 사무실에서 "아시아 지도층 인사들이 한국의 진출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지영호 기자
 싱가포르 맥스웰로드 사무실에서 만난 신용섭 삼성물산 동남아총괄 상무는 "발주처 대표와 싱가포르경제연합회 임원, 육상교통청장(LTA·차관급) 등 지도층 인사들과 만나면 한국의 아시아시장 진출을 상당히 의식하더라"며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국가별 정부도 노력하지만 가격과 기술력을 충족하는 한국기업에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수주 쌓는 아시아시장, 사상 첫 200억달러 돌파

 한국 건설기업들이 아시아시장에서 두드러지는 수주실적을 쌓고 있다.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가격과 기술 면에서 모두 끌리는 제안을 내놓고 있어서다.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에서 수주한 '빠따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으로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신뢰도 역시 수주확대 효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도별, 지역별 한국 건설기업 해외수주비율. /자료=해외건설협회

 올해 아시아 건설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수주액 200억달러 돌파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한국 건설기업들의 올 한해 아시아 건설시장 수주액은 이달 25일 기준 213억6000만달러다. 2009년 87억달러에서 4년 만에 2.5배 이상 늘었다. 현재까지 실적만으로도 아시아에 진출한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 각각 37억달러와 34억달러의 수주실적을 거뒀다. 이어 투르크메니스탄과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24억달러, 23억달러의 계약이 이뤄졌다. 카자흐스탄,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도 10억달러 넘는 수주액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수주실적 향상도 뚜렷하다. 베트남에선 지난해보다 29%가량 수주실적이 증가했고 싱가포르에서도 7% 늘어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한다.

 대림산업이 올 5월 베트남 타이 빈 2단계 석탄화력발전소를 7억1000만달러(약 8300억원)에 수주한 것이 눈에 띈다. 발전용량 1200㎿(메가와트)로 현지에서 건설되는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SK건설와 GS건설이 베트남 응이손 정유 석유화학회사로부터 수주한 21억달러(2조2300억원) 규모의 '베트남 응이손 정유·석유화학플랜트 신설공사'는 의미있는 프로젝트다. 올해 아시아 최대이자 역대 베트남에서 발주된 최대 규모다.

 한국 건설기업들의 아시아시장 내 수주규모 3~4위 투르크메니스탄과 말레이시아에서의 수주증가율은 놀랄 만하다. 지난해 단 1건 수주에 그친 투르크메니스탄은 올해 3건으로 늘었고 수주금액도 무려 428% 증가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지난해 6건에서 올해 19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수주액도 314% 급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7월 LG상사와 손잡고 투르크메니스탄 원유처리플랜트를 수주한데 이어 8월에는 태국 선형알킬벤젠 생산설비사업을 단독 수주하는 활약을 펼쳤다.

 지금까지 아시아시장의 누적 수주액은 1771억달러로,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은 310억달러의 공사를 확보했다. 1972년 진출 이래 베트남의 누적 수주액은 229억달러로 2위에 올랐지만 싱가포르(288개 현장)에 비해 3배 많은 848개 현장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어 △인도 163억달러 △중국 138억달러 △말레이시아 127억달러 △인도네시아 126억달러 △태국 120억달러 △필리핀 107억달러 △카자흐스탄 100억달러 △투르크메니스탄 45억달러 순이다.

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

 ◇말련, 200억달러 규모 RAPID 프로젝트 '군침'

 앞으로 아시아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현지 발주물량의 14.11%를 한국기업들이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교통부 산하 육상교통청(LTA)이 발주를 마무리한 톰슨라인(Thomson Line)에 이어 지하철 공사물량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창이공항 터미널확장공사, 투아스 환적항구건설 등 인프라 건설 공사도 관심 대상이다.

 싱가포르 건설부(BCA)는 정부 발주 대형 토목·건축공사가 시장을 견인하면서 2015년까지 안정적 시장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말레이시아에선 사상 유례 없는 대형프로젝트 발주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200억달러 규모의 '정유 및 석유화학 복합개발'(RAPID) 프로젝트는 연말부터 발주를 시작한다. 일본 유럽을 비롯해 한국기업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여 세계 건설기업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자원이 풍부한 스리랑카,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BOT(수익형 민자사업)나 PPP(민자발전소) 등과 같은 민간자본을 활용해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경제개혁 개방에 나선 미얀마는 아시아국가의 각축장이다. 외국인투자촉진으로 가장 큰 혜택을 중국이 누리고 있으며 한국은 홍콩에 이어 3위 투자국이다. 외국법인의 전력, 석유·천연가스, 광업, 호텔·관광, 부동산, 교통·통신, 공단사업, 건설투자를 허용한다.

 수자원을 활용한 인프라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스리랑카, 국부펀드 투자를 검토해 지하철, 철도, 도로 등의 공사발주를 준비 중인 인도네시아 등도 기대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아시아시장은 출혈경쟁에 따른 저가수주를 줄이고 수주시장 다변화로 중동시장을 능가하고 있다"며 "경제발전이 본격화되면서 수주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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