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은 우습다" '新등골브레이커' 캐몽을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13.11.25 06:02

[이슈 인사이트] "현대인 소비 대상은 사물이 아닌 계급 질서"

지난 2012년 몽벨 청계산점에서 열린 팬 사인회에서 배우 한석규씨가 등산용품을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왼쪽)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 파카(오른쪽)/사진=머니투데이
"엄마, 나 패딩 하나 새로 사주면 안 돼?" 찬바람이 부는 요즘, 학부모들은 이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패딩들 때문이다. 말도 안 되게 비싸지만, 학교 친구들이 다 입는다니 혹시나 기 죽을까봐 안 사줄 수도 없다.

학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뜻의 '등골브레이커'의 원조는 '노스페이스'지만, 요즘에는 이른바 '캐몽'이 '신(新) 등골브레이커'로 부상했다. '캐몽'은 고가 패닝 브랜드인 '캐나다 구스'와 '몽클레르'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캐나다 구스는 배우 한가인이, 몽클레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녀가 입어 유명해졌다.

캐나다 구스의 '익스페디션 파카'는 125만원, 몽클레르의 '제네브리어'는 무려 257만원에 달한다. 다른 웬만한 브랜드의 패딩은 40만원 이내로 살 수 있는데, 그 6배 이상의 가격인 셈이다. 그런데도 서울 강남 일부 백화점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불티나게 팔린다. 가격처럼 6배 만큼 따뜻하고 예쁜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경제학 원론'에서는 가격을 내리면 수요가 늘고,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준다고 가르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높은 가격이 더 많은 수요를 불러오기도 한다. 비싼 제품은 뭔가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비싼 제품을 걸치면 뭔가 더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후광 효과'(Halo Effect)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바바 쉬브(Baba Shiv) 교수 연구팀은 '후광 효과'와 관련, 매우 간단하면서도 재밌는 실험을 했다. 이들은 학교 체육관에서 운동을 끝내고 나오는 학생들을 상대로 카페인이 함유된 원기회복 음료인 '트윈랩 울트라 퓨얼'(Twinlab Ultra Fuel)을 팔았다. 연구팀은 학생들 가운데 절반에게는 음료를 정가에 팔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반값에 팔았다.

이후 음료를 사서 마신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통해 음료를 마신 뒤 피로가 얼마나 줄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정가로 구입해 마신 학생들이 반값에 사서 마신 학생들보다 피로가 더 많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똑같은 음료를 마셨는데도 말이다. 결국 같은 상품이라도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살 경우 상품으로부터 느끼는 효능이 더 큰 셈이다.

사람들이 비싼 상품을 오히려 선호하는 이유는 한가지 더 있다.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말해준다. 만약 10년 만에 만난 친구가 '에쿠스'나 '벤츠 S클래스'를 타고 왔다면 굳이 그 친구에게 길게 안부를 물을 필요가 없다. 그의 차가 그 친구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2007년 타계한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그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소비하는 것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의 계급 질서와 상징적 체계'라고 갈파한 바 있다.

200만원이 넘는 '몽클레르' 패딩의 가격은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이 정도를 살 능력이 된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보내는 데 대한 대가다. 그리고 기업은 그 대가를 챙겨간다. 문제는 그 메시지들이 모두 '진실'인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훌륭한 가격 전략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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