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연구자가 많이 받는 질문 1위…"휴대폰 시계 정확해요"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3.11.23 05:55

[직딩블루스]'정시 사수' 표준硏 시간센터 연구원들…"2014년 새해는 모처럼 가족과"

'시간은 곧 돈이다'

이 말의 최초 유포자를 추측해 본다면 아마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시간센터 연구원들이지 않을까.

이들은 300만년간 1초도 틀리지 않는 세슘원자시계를 개발해 우리나라 전체에 보급하고 있다. 한국표준시를 유지하고, 세계협정시가 생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게 이들의 존재 이유다.

17년간 외길, 시계 시·분침만 바라봤던 책임연구원 권 씨에게 올 12월 31일은 가족과 모처럼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날이다. '초를 추가하는(leap seconds, 윤초)'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초기 시간은 지구 자전에 의한 태양의 주기적인 운동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런 지구 자전에 의한 시간측정은 필연적으로 오차를 수반한다. 지구의 자전주기가 일정치 않게 흘러가 조금씩 느려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윤초는 바로 이런 지구 자전을 기준으로 하는 평균 태양시가 오차를 일으킬 때 이를 정시로 맞추는 작업을 말한다. 주로 6월말, 12월말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권 씨는 "2014년 1월 1일로 넘어가는 시점에 윤초가 없어 모처럼 가족들과 새해를 맞게 됐다"며 기뻐했다.

표준시가 오차를 일으킬 경우 방송·금융·증권·인터넷상거래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대부분 기관이 표준연구원의 '표준시각 맞추기 프로그램‘(UTCk)를 이용하는 데 1~2초가 늦어질 경우, 거래가 성사되지 않거나 이자율을 다르게 적용받게 돼 큰 손실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

권씨는 "간혹 항의전화를 받을 때가 있는 데 이는 시스템 오류와는 관계없는 인터넷 연결회선 문제인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래도 악을 쓰며 고래고래 고함을 터뜨리는 증권업계 투자자들의 전화를 받을 때면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악몽을 꿔도 꼭 시간이 멈추는 꿈을 꾼다는 권 씨. 이들의 말못할 고충, 혹은 직업병이라면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만일 표준연의 시계가 멈춰버리면 그 사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종잡을 수 없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면 비행기와 철도 등의 대중교통은 물론이거니와 항해 중인 선박의 GPS, 휴대폰 통화, 인터넷 등 우리 생활 주변의 모든 것이 오류를 일으키게 된다. 거의 지구재앙 수준이다.

권 씨는 "꿈에선 시간이 정지돼 문명사회가 농경사회로 역행하는 모습이 간혹 그려지곤 한다"고 말했다.

표준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도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똑같은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특히 "휴대폰 시계는 정확한가요"라는 질문이 가장 많다고. 이에 권씨는 "1초 미만의 차이는 나타날 수 있다"고 초스피드로 답해준다. 간혹 질문보다 답이 먼저 나올때가 더러 있다. 표정만 봐도 뻔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은 표준시를 맞추기 위해 오차가 10조분의 1인 '원자시계'를 가지고 있지만, 1년에 한 번씩 표준연으로부터 시간 교정을 받고 있다.

또는 어떤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지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선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연구원들이 차고 있는 시계가 가장 정확한 제품 브랜드일 것이란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혹 명품시계라도 찬 날엔 십중팔구 "역시 시계는 000브랜드가 최고죠"라고 치켜세우며 부러움과 시샘의 눈초리를 한 번에 받기도 한다고. 우스게로 받아 넘기긴 하지만 권 씨는 "왠지 눈치가 보여 시계도 함부로 살 수 없는 처지"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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