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강민호, 장원삼... 'FA 500억 로또' 내년엔?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2013.11.24 14:10

올 17억이상만 12명 과열... 삼성우승 못했으면 강민호 100억 됐을수도

↑ FA 대박을 터뜨린 롯데 포수 강민호 (왼쪽)와 삼성 좌완투수 장원삼. ⓒ사진=OSEN
솔직히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허탈하기도 하다.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연봉 협상을 할 때 50만원이라도 더 받기 위해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그런데 금년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Free Agent) 시장에서 수십억원이 ‘겨우(?) 몇십만원처럼 입에 오르내렸다.

개장하자 마자 뜨거운 열기를 뿜고 빠르게 문을 닫은 FA 시장에서 ‘로또에 5번 당첨되는 행운아’가 탄생하기도 하며 15명의 선수에게 모두 523억5000만원이 안겨졌다. 2011년 261억5000만원의 2배가 넘는 사상 최대 돈잔치이다.

과연 정당한 가치 평가가 이뤄졌을까?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포수 강민호(25)는 13일 원 소속구단과 4년에 75억원에 계약했다. 공식 발표액이다. 실제로는 그 이상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

지난 16일 토요일 실시된 ‘로또’ 복권 추첨에서 1등이 8명 나왔고 1등 당첨금은 16억6800여만원이었다. 강민호가 4년 동안 받게 되는 총액 75억원은 당시 로또 1등에 무려 5번 당첨되는 것에 가까운 금액이다. 로또 1등 당첨은 벼락을 맞을 확률이라고 한다.

그 확률을 기대하고 많은 직장인들은 술 한잔 걸친 날 저녁 거리를 걷다가 로또를 사고 ‘만약 1등이 되면’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펼친다.

그런데 이번 FA 시장에서 총액 17억원 이상의 선수가 무려 12명이 탄생했다. 롯데 강영식이 4년 17억원, 한화 이대수 4년 20억원, KIA 이대형 4년 28억원, LG ‘큰’ 이병규 3년 25억5000만원, 삼성 박한이 4년 28억원, NC 손시헌 4년 30억원, 롯데 최준석 4년 35억원, NC 이종욱 4년 50억원, 삼성 장원삼 4년 60억원, 한화 이용규 4년 67억원, 한화 정근우 4년 70억원, 그리고 롯데 강민호 4년 75억원이다. 바로 그 밑에 13번째 선수가 한화 한상훈 4년 13억원이며 박정진 2년 8억원, LG 권용관 1년 1억원으로 이어졌다.

프로야구를 25년 이상 지켜본 필자도 놀라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기해서 계약 내용을 모두 써봤다.

이번 FA 시장이 바로 로또 1등에 당첨되는 대박 시장이었다. 이런 시장이 앞으로 다시 열릴까? 필자의 시각으로는 회의적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프로야구 용병선수 보유 수가 팀 당 3명(NC, KT는 한시적으로 4명)으로 늘어나면 ‘토종’ 투수 타자들 모두 입지가 줄어든다.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사실상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용병에 대한 프로구단의 선호도와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지고 고교 및 대학 아마추어 선수들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FA 시장에서는 500억원이 넘는 돈이 오갔지만 돌이켜 보면 금년 신인 선수 계약에서 최고액을 기록한 선수는 북일고 출신 투수 유희운이다. 2014시즌 퓨처스 리그를 거쳐 2015년 1군에 데뷔하는 제10구단 KT 위즈에 우선 지명돼 계약금 3억2000만원에 사인했다. 아마추어 출신 선수들은 자신을 지명한 프로구단과 계약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


추신수 류현진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자신과 계약한 선수가 지명 구단으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계약을 거부하고 독립리그 팀으로 보내 새로운 조건과 활로를 모색한다.

그런데 한국 야구에는 그럴 수 있는 길이 없다. 일본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 진출도 어렵고 병역 문제 등이 걸려 있는데다가 한국프로야구로 돌아오는 길도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프로야구 신인 계약금 수준이라면 자식을 야구 선수로 키운 학부모로서는 ‘투자 원금’도 못 건진 셈이 된다.

그러나 모두 미래의 류현진, 강민호를 꿈꾼다. 금년 같은 FA 시장이라면 로또 1등 당첨 확률보다 가능성이 높다. 프로구단에 지명 받는 것이 ‘사법 고시’ 합격 보다 더 어려운데 오히려 프로에서 성실하게 노력하며 경쟁력이 뛰어난 선수로 성장해 FA가 되면 ‘벼락 맞을 확률’인 로또 1등에 당첨될 수 있다.

이번 FA 시장은 다소 과열된 것이 맞다. 롯데가 홈 관중이 급감한데다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강민호의 몸값은 더욱 높아졌다. 그 배경에는 류현진을 LA 다저스로 보낸 뒤 받은 거액을 ‘실탄’으로 장전한 금년 최하위 한화가 존재하고 있다.

삼성이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강민호의 가치가 100억원에 달할 가능성도 있었다. 종전 FA 최고액이 2005년 심정수가 삼성에 입단하면서 받은 4년 60억원이었다.

그 후 심정수에 버금가는 계약은 2011년 이택근이 넥센과 계약할 때 지난 해 김주찬이 롯데에서 KIA로 옮기며 받게된 총액 50억원이다. 그러나 심정수는 부상 등이 겹치며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김주찬 역시 첫해는 부상 등으로 정상적인 출장을 못하고 자신에게 거액을 투자한 KIA도 신생팀 NC의 밑인 8위에 그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이번 FA 시장에서 펼쳐진 치열한 전쟁은 내년 시즌에 평가를 받게 된다. 평가에는 책임이 뒤따르게 돼 있다. 감독이든 코치든, 아니면 구단 프런트에서 성적에 대한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하게 될 것이다.

올시즌을 마치고 성적이 부진했던 구단에 물러난 프런트가 있었다. 내년 시즌은 구단 프런트들의 능력이 비교되는 프로야구가 될 전망이다.

FA 계약을 맺었으나 실패한 선수들을 영어로는 ‘Free Agent Bust’혹은 비꼬아 한국식으로 ‘먹고 도망간다’며 ‘eat and run’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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