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퇴직연금 투자 해외로 눈 돌려야

머니투데이 신민성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상무 | 2013.11.25 06:00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전체 투자 비중에서 미미한 7.2%를 차지하는 약 3900억원 규모는 해외 시장에 주로 투자되고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잘 안다고 생각되는 국내 시장에서만 기회를 찾는 것이다. 해외 투자에 대한 낯섦과 금융위기 등을 통한 아픈 기억으로 해외 투자는 포트폴리오에서 우선 제외하고 보는 성향도 또 다른 이유다.

그리고 제도적인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도 있다. 퇴직연금 시장이 발달한 미국은 401K에서 매년 퇴직연금 불입액에 대해 1만5000달러까지 세금을 공제하고 있다. 미국 퇴직연금 성장에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노후 준비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퇴직연금이 발달한 선진국의 퇴직연금 시장과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다각화 됐는지 살펴보자. 호주의 경우 우리나라와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1992년부터 퇴직연금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해 현재 퇴직연금 자산비중이 GDP 대비 100%를 넘어섰다. 퇴직연금 투자 비중도 호주주식, 해외주식, 호주채권, 해외채권 비중이 각각 29%, 23%, 10%, 10%다.

주식 투자 비중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 비중도 상당하다. 국내 투자 비중이 93%에 달하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이웃 나라 일본도 좋은 본보기다. 장기불황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일본 투자자들은 고전했던 일본 주식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일본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 투자 비중에서 일본 주식과 채권 비중은 각각 20%를 차지했고, 해외 주식과 채권에는 18%와 10%의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둔 것으로 조사됐다. 저금리 상황에서 해외투자는 필연적인 대안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저성장 저금리 시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퇴직연금 시장의 경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해야 할 때다.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투자를 할 때도 폭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우선 해외 채권 투자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원리금 보장에 중점을 둔 국내 채권형 상품에서의 수익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전 세계 채권 시장에서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채권형 상품에서는 장기적으로 채권의 수익률과 환차익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수익도 보다 풍요로운 노후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으로 정기예금 등 무위험 상품보다는 높은 기대 수익률로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해외 채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도 노후 준비를 위한 좋은 수단이다. 주식 투자는 단기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축소되고 위험에 대한 보상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MSCI World 지수의 변동성은 15.4%로 KOSPI의 변동성(30.2%) 대비 현저하게 낮다.

노후 준비를 위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위험 요소들을 살펴보고 자신의 위험 감내 수준을 감안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면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노후 생활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다.

저성장·저금리 시대, 긴 노후 생활을 위해 바람직한 투자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안전성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안정성을 추구할 것인가?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에 주력해 실질적인 손실을 볼 것인가, 아니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다 편안한 노후를 맞이할 것인가?

노후를 준비하는 투자자들이 선택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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