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게임에 빠졌다고 부모를 처벌해야 하나"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 2013.11.19 06:47

[피플]'IT전문 변호사'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변호사

법조계 최고의 IT전문가로 꼽히는 구태언 변호사가 자녀의 게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게임을 중독물로 규정할 경우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게 한 부모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형사처벌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국 부모의 방임이 문제지, 게임이란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죠."

법조계 최고의 IT전문가로 꼽히는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변호사(44)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 중독법'에 대해 부모의 역할을 외면한 채 국가의 개입을 먼저 이야기하는 허구적인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은 18세 미만인 자들로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할 경우 '아동학대'로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변호사는 "게임을 중독물로 규정해 규제를 한다면 아이가 게임에 빠지게 한 부모들은 아동학대로 처벌해야 한다"며 "게임이 마약과 같이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의존성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중독물로 규정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구 변호사가 IT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몇 달치 월급을 모아 애플 컴퓨터를 사준 것이 계기였다. 그가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변신한 것도 아버지의 항암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가 구 변호사에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 산다면 오히려 부모의 역할, 특히 아버지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변호사는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산업화가 되면서 일터와 가족이 분리되고 아버지는 집을 여관처럼 여기게 됐다"며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고 야근이나 회식 등을 핑계로 늦게 들어가는 '방황중독'에 시달리는 것이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이의 게임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중3인 아들이 처음 게임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지만 아이와 게임 시간을 상의해 조정하자 별 탈없이 없었다"며 "지금은 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구 변호사는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하는데 예전에는 안잡아도 될 약속을 잡아 귀가를 늦추던 일이 많았다"며 "지금은 아이와 시간을 갖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 시절 게임과 관련된 범죄 수사도 수차례 담당했고, 변호사로 변신한 후에도 게임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변호를 숱하게 해온 그였기에 게임의 악영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게임을 즐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구 변호사는 "과거의 일"이라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처음 애플2 컴퓨터를 샀을 때부터 검사가 되기 전까지는 게임을 즐겨 했다"며 "한때 스타크래프트 고수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요즘은 잘하는 게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임을 즐겨할만큼 여유있는 생활이 아니지만 게임은 멀티미디어로서 가치가 높은 문화"라며 "영화나 음악에 빠져 사는 사람도 많은 데 이를 중독이라고 규정하지 않는 것처럼 게임을 중독물로 규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빠르게 발전하는 ICT 산업을 기존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구 변호사는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답했다.

"오프라인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온라인에서도 하면 안되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서 허용되는 일이라면 온라인에서도 허용되야 하는 것이지요. 사기가 보이스피싱을 거쳐 스미싱으로 변한다고 하더라도 본질인 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구 변호사는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8년 컴퓨터범죄수사부(현 첨단범죄수사부)에서 검사 생활을 보냈다. 2005년 검사를 그만둔 후에도 줄곧 IT 관련 분야에서 변호사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법조인 최초로 정보보호 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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