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기업 구조조정 칼 뺐다 '시간과의 싸움'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김상희 기자 | 2013.11.18 05:30

"더이상 타이밍 놓치지 않는다"…가장 아까운 것부터 팔아라, 강력한 구조조정 촉구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금융당국이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웅진, STX, 동양그룹으로 이어진 부실 확산과 연쇄 부도의 고리를 끊겠다는 각오다.

핵심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더 이상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사실 그동안 기업의 부실을 제때 몰라서 혹은 뻔히 알고도 구조조정 시점을 놓친 게 많았다. 웅진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당일까지 주채권은행이 관련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고 STX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지 1년이 채 안돼서 무너졌다. 동양은 주채무계열이 아니라는 이유로 망가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 정부에서 부실 대기업을 정리하고 간다"고 못 박았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엄격한 기업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더 이상 부실의 이연을 막겠다는 얘기다.

당국의 강력한 의지는 17일 동부그룹의 3조원대 자구안 발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금감원은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들과 함께 동부그룹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2002년부터 10년 이상 끌어온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이제는 끝내야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판단아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사업을 신속히 정리하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산업은행과 만나 당국의 입장을 전달받고 동부하이텍 매각 등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

당국의 확고한 방침은 동부에 이어 한진해운 등 '다음 차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주채권은행을 적극 독려해 기업 부실화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목표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은 "주채권은행이 책임감을 갖고 부실 전이를 막기 위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며 "역할을 못하면 엄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주채무계열 편입 대기업을 대폭 늘리고 주채권은행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만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당국은 동부그룹을 통해 자구안의 원칙도 분명히 제시했다. 조 부원장은 "아까운 것부터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10년간 2조원을 투자했던 동부하이텍을 팔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이 살 만한 핵심 사업까지 내놓는 근본적 해결책이 없다면 역시 시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급해진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때 따라붙는 헐값 시비도 일축했다. 조 부원장은 "시장에서 헐값 개념은 없다"며 "자기 상황에 따라서 상대방이 부르는 게 가격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구조조정에서 개인의 경영권 문제는 당국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누가 경영권을 갖든 지금은 그런 문제가 전혀 중요치 않다"며 "살릴 기업을 재빨리 살려 전체 국가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달 말부터 동부에 이어 한진해운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현금이 풍부한 현대상선은 당장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자회사 지분 매각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 등 장기 계획을 마련하라고 요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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