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기, 기상 악화 속 '항로 이탈' 이유는?

뉴스1 제공  | 2013.11.16 16:35

"이륙 늦어지자 누군가 "베테랑 조종사" 재촉" 가능성도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민간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인부들이 추락한 헬기 잔해를 인양하고 있다. 2013.1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 삼성동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와 LG 전자 소속 헬기 충돌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이 16일 오후 브리핑에서 '경로 이탈'이 있던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면서 사고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야를 가리는 짙은 안개의 기상 상황에서 예정된 한강 위 비행 경로를 이탈해 고층 건물 밀집지역으로 비행을 하게 된 경위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힐 열쇠가 될 전망이다.

또 기상악화로 이륙이 다소 늦어져 LG전자 임직원을 태우려다 무리하게 비행을 강행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조심스레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확한 경로는 사고 조사를 해봐야하지만 약간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실질적 비행경로는 강상(江上)이어야 하는데 아파트를 접근 한 것을 보면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8시46분 김포공항을 떠나 잠실헬기장으로 향한 LG전자 헬기는 출발 당시 서울 전역에 낀 짙은 안개로 다소 늦게 이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서울 송월동 기상관측소 기준 가시거리는 1.1㎞였다. 또 이날 오전 8시 기준 가시거리는 2.0㎞였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는 만큼 사고지역 인근의 가시거리가 훨씬 더 짧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소방항공대 소속 김모 기장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시계가 불량한 상태에서는 자동차 속도보다 더 느린 속도로 천천히 장애물을 식별하며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가 난 헬기는 2007년 제작한 S-76C 기종으로 노후 기종이 아니어서 기체 결함보다는 다른 쪽에 사고 원인이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숨진 헬기 기장 박인규씨(57)는 공군사관학교 26기로 공군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1999년 LG전자에 입사해 수석기장으로 재직해 왔다. 총 비행시간은 6516시간, 사고 헬기 기종 비행시간도 2759시간인 베테랑 조종사로 알려져 있다.

부기장 고종진씨(36) 역시 공군사관학교 48기로 공군에서 13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박 기장의 친구 김종찬씨(57)는 "평소 기상이 안 좋으면 절대 비행을 안 하던 친구"라며 "이전에도 기상이 안 좋을 때 '비행을 못하겠다"고 해 LG 임원들이 KTX 열차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 헬기는 당초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이날 전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전자 측은 "대형냉난방공조(칠러) 사업부 임직원 3명이 전주 칠러공장을 방문하기 위해 탑승을 신청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좋지 않은 기상 상황 속에서 예정보다 출발 시간이 늦어지자 이들을 태우기 위해 비행을 재촉할 수 있었다는 점도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LG전자가 기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헬기를 띄운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다.

한 민간헬기 조종사는 "오늘 안개는 바람에 의해 이동이 많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기상 상황이었다"며 "어느 정도 시계를 확보하고 있다가 사고 당시 갑자기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가시거리가 800m정도 나왔다고 하는데 규정인 1마일(약 1.8㎞)보다 미달인데도 비행한 점이 문제였던 것 같다"며 "기상 관계로 늦어지자 오른쪽으로 돌아가야 하는 코스를 바로 가려고 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짐작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무리하게 헬기를 이동하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한 상태다.

이날 LG전자 측은 "기장을 포함해 탑승하는 LG 임직원의 안전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운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LG전자에 따르면 박 기장은 김포 출발 1시간 전 쯤 사정이 좋아져 잠실을 경유해 이륙할 수 있다고 통보해 왔으며 8시58분께 서울지방항공청은 시정이 5마일(8㎞) 수준으로 좋아졌다고 알려왔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날 사고 헬기에 탑재된 블랙박스 위치를 확인하고 수거작업을 진행 중이다.

항공철도조사위는 사고헬기 잔해에서 확보된 블랙박스를 김포공항 사무실로 옮겨 해체한 뒤 분석 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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