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에서 취업까지"…'헬리콥터맘'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 2013.11.15 05:42

자녀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뭐든지 대신 결정

# 서울의 한 주요 대학 입학처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대입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유명 대학 교수라고 밝힌 한 학부모가 "우리 딸이 불합격할 성적이 아닌데도 낙방한 만큼 총장에게 직접 해명을 들어야겠다"고 끝까지 버텼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이 '교수님 학부모'를 찾아가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

# 중앙대 B교수는 얼마 전 한 학생 학부모로부터 "출석을 확인해 달라"는 난감한 전화를 받았다. 이 학부모는 다짜고짜 "우리 아들이 어제 학교를 빼먹은 것 같다"며 "실제로 강의를 들었는지 출석을 확인해 줄 수 있느냐"고 요구했다. B교수는 출석여부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학부모의 요구를 거절하는데 진땀을 뺐다.

최근 입시철을 맞아 일부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거세다. 이들은 특히 자녀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성적이나 출석, 취업 등 '공적인 일'에도 시시콜콜 참견하며 '선'을 넘는 일이 허다하다.

서강대의 한 교수는 "중간·기말고사가 끝나면 일부 학부모가 자녀의 성적이 공부한 만큼 제대로 안 나왔다고 문제 삼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최근 들어 헬리콥터맘이 유난히 많아졌다"고 답답해했다.

'헬리콥터맘'이란 성인이 된 자녀의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입시와 성적, 취업, 결혼 등 중대사를 결정하려는 엄마를 일컫는 신조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요즘 같은 입시철에는 대학 입학처와 입시설명회장이 헬리콥터맘들의 주요 무대로 꼽힌다. 올해처럼 수능이 예년보다 어렵게 출제되면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증폭돼 자녀를 위해 더욱 발 벗고 나서게 만든다.


수도권의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입시철마다 서울에 있는 웬만한 대학의 입학처는 학부모들의 각종 문의나 항의로 몸살을 앓는다고 보면 된다"며 "적성·논술고사 등 대학별 고사 당일의 경우 자녀를 데려다주려는 차량 행렬 때문에 인근 지역까지 교통이 마비돼 경찰이 출동해 통제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수능이 끝난 첫 주말인 지난 1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 사교육 업체 입시설명회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1만6000여명이 찾은 이날 설명회장 앞자리 대부분은 학생 대신 학부모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마치 신도시 모델하우스 오픈 첫날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자리싸움이 치열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출산율이 떨어진데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경쟁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우 산아제한 정책으로 자녀를 한두 명만 낳다 보니, 온가족이 자녀에게만 매달리는 '소황태자 현상'이 생겼다"며 "우리나라도 출산율이 저하되고 경쟁마저 치열해 헬리콥터맘이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홍득표 인하대 사범대 교수는 "헬리콥터맘은 기본적으로 자녀에 대한 불신에다 핵가족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욕망 등이 겹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며 "자녀에 대한 지나친 과잉보호는 교육의 자율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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