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배당 2배 증액 호재? 숨겨진 진실은...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3.11.10 05:00

[행동재무학]<39>배당 신호에 담긴 상반된 두 메시지

편집자주 |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그림= 강기영 디자이너)
삼성전자는 지난 6일 배당을 예년 수준 대비 최고 2배나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은 미래의 영업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주주에게 나눠주는 현금 배당을 선뜻 올리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기업이 갑자기 현금 배당을 증가하겠다고 발표하면, 이는 굉장한 호재가 된다. 재무학에선 이를 배당 신호(dividend signaling)라고 부른다.

기업은 미래 영업실적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될 때, 이를 여러 방식으로 시장에 전달한다. 컨퍼런스를 개최해 애널리스트들에게 미래 실적 전망을 직접적으로 알리기도 하고,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 배당을 증가하겠다고 발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왜냐하면 ‘말’ 뿐인 다른 방식과 달리 배당 증가엔 실질적인 ‘돈’의 지출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은 배당 신호를 주가 관리에 적절히 이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재무학 연구들은 많은 경우 기업의 배당금 증가 발표가 주가에 플러스 영향을 준다고 발표하고 있다. 또한 매년 꾸준히 배당금을 올리는 정책을 채택하는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미래 영업실적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주가 상승을 꾀한다.

반대로 기업은 어지간해서는 배당을 축소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업이 배당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하면 그야말로 기업의 미래 영업 현금흐름 악화가 정말로 심각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한번 배당을 시작하거나 올린 뒤에는 정말 심각한 상태에 빠지지 않는 한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현 배당정책을 유지하려고 한다. 재무학에선 이를 배당의 톱니효과(ratchet effect)라 부른다.

그러나 배당 증가 발표엔 항상 긍정적인 메시지만 담겨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2002년에 배당 시작을 발표했을 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시스코시스템즈도 2010년 사상 첫 배당금 지급을 발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애플도 2012년 17년 만에 배당 재개를 발표한 뒤 2개월여 동안 주가는 내리 하락했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기업 내부에 쌓인 현금 보유량이 과다했다는 데 있다. 뛰어난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기업이 이를 미래 투자로 연결해 또 다른 성장엔진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과다한 현금 보유는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게 재무학자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면, 경영자가 넘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하고 순현재가치(NPV)가 마이너스인 사업에도 마구 투자를 해 회사의 규모를 키운다든지(재무학에선 이를 ‘엠파이어 쌓기(empire-building)’라 부른다), 회사용 제트비행기나 요트, 고급 외제차 구입 등 사치스런 소비로 낭비할 수도 있다(재무학에서 이를 ‘퍼크(perk)’라 부른다). 아니면 그냥 현금을 깔고 앉은 채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아 주주들에게 비싼 기회비용을 초래하게 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과다 현금 보유로 생기는 문제를 재무학에선 매우 심각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통 주주들은 배당을 시작하거나 늘릴 것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주주들의 배당 요구에 굴복, 마지못해 배당을 시작하거나 증액을 발표하는 기업의 경우엔 대리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신호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나 애플, 구글 등과 같은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배당을 시작하거나 늘릴 때도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 일반적으로 초고속 성장 기업은 기업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으로 환원하기 보단 내부에 유보하고 재투자하기 바쁘다. 왜냐하면 그만큼 투자해야할 미래 성장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기업이 어느날 갑자기 배당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면, 이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앞으론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도달한 점을 감안, 일부에선 삼성전자가 내년에 상당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조심스레 내고 있다.

그러나 배당금 증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높은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을 추구하는 배당펀드 등 또 다른 투자자군을 끌어 들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호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애플(2.34%)이나 인텔(3.74%)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배당수익률과 비교하면, 현재의 삼성전자 배당 수준(0.57%)은 3분의 1도 채 안되기 때문에 앞으로 삼성전자가 배당수익률을 2%대까지 지속적으로 끌어올린다면 외국계 연기금 등의 투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배당 증액 발표에는 여러 상반된 메시지가 담겨 있는데, 과연 어떤 신호가 진짜이며 투자자들은 어떤 신호에 주목할까?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일 배당수익률을 예전 수준 대비 최고 2배인 1%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사흘 동안 5%이상 하락했다. 기록적인 순매수를 이어나가던 외국인도 갑작스레 순매도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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