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머더볼'(2006)로 주목 받은 헨리 알렉스 루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그의 카메라는 SNS 시대의 비극과 허상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마음 놓고 대화할 친구가 없는 오타쿠 벤(조나 보보 분)은 음악에만 빠져 산다. 그를 골려 주려는 제이슨(콜린 포드 분)은 제시카라는 아이디(ID)로 벤에게 접근하고, 둘은 사이버 공간에서 '절친'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나체 사진을 보내 달라는 제시카 요구에 벤은 고심 끝에 이를 전송하고 이 사진은 삽시간에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간다. 치욕을 느낀 벤은 목을 매고 제이슨은 극도의 불안에 빠진다.
영화는 벤 이야기에 이어 불법성인사이트에서 화상채팅을 하는 가출청소년을 보도한 지방 방송국 기자 니나(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분) 이야기, 채팅을 하다가 피싱에 걸려 전 재산을 탕진한 데릭(알렉산더 스카스카드 분)-신디(폴라 패튼 분) 부부의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연결 중독' 증세이다. 일종의 '확인 강박'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대인들은 길을 걷거나, 식사자리에서, 심지어 운전을 하면서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꺼내 카카오톡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를 확인한다.
인터넷 보안전문업체인 시큐어엔보이는 영국인 66%가 휴대전화가 없을 때 불안해 하는 증세를 나타내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증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노모포비아는 휴대전화가 없을 때 느끼는 공포증이라는 뜻의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준말이다.
스마트폰 상실, 이로 인한 연결 부재의 고독감은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치달을 수 있다. 중고등학교 수업 중 스마트폰을 못쓰게 하는 것이 마치 "독방에 가둬 놓은 것 같다"며 호소하는 학생들의 말에서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신의학계에선 우리 아이들에게 전기와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훈련을 지금부터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관광업계 무인도 상품이나 오지를 탐험하는 TV프로그램들이 이런 분위기를 재빠르게 반영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완전한 원시 휴가지를 제공하는 것을 미래 유망산업 중 하나로 꼽는 전문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영화에서 보듯 '집단광기'이다. 무고한 사람을 자살로 몰아넣는 네티즌들 개개인은 착하고 온순하나 이들이 집단 속에 들어갔을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특히 이는 소수가 중요한 정보로부터 대중을 단절시킬 때 더 위험하게 나타난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저서 '호모 모빌리언스'를 통해 "플랫폼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투명성 보장, 네트워크 플랫폼 사업자의 윤리적 안전장치가 마련됐을 때 사이버세상의 역기능은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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