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창조경제, '삼성 신경영'에서 배워라

더벨 박종면 대표 | 2013.11.04 06:17
삼성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20주년을 기념하는 만찬에서 가수 조용필이 부른 노래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란다. 노래는 제대로 골랐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로 시작해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로 끝을 맺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어쩌면 그날의 주인공 이건희 회장을 의미하는 지도 모르겠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찬란한 신경영 성공과 축하연을 보면서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이를 견인할 부서로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었고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정부가 끝나는 오는 2017년까지 8조5000억원을 투자해 1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미래부 뿐만 아니라 정부 모든 부처가 창조경제 관련 부서를 신설해 그 숫자만 70여개에 이른다.

그런데도 내용이 없고, 실체가 모호하고,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창조경제가 정치적 어젠다에 그친다면 곤란하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이나 '747공약'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창조경제는 구체적이어야 하고, 눈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창조경제는 신경영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 창조경제는 삼성전자의 성공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해외출장 때 먼지를 뒤지어 쓴 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삼성 제품을 본 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선언했다. 또 500억원어치의 무선전화기를 불태워 버렸다. 신경영은 철저한 자기부정과 자기혁신에서 시작됐다. 과연 박근혜정부는 그런가. 대답은 부정적이다. 국정운영이 대부분 과거로의 회귀라는 느낌만 준다.

삼성전자가 세계 1등 기업이 된 것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뒷받침됐지만 기본은 앞선 기술과 제조 경쟁력이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도 기본은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는 제조업의 혁신을 통해 시작돼야 한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창조경제의 대표 사례라는 인식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이 대단한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것은 기본적으로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실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경제위기 때와 비슷하다면 창조경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식 또는 통치행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황제경영'이라는 등 비판도 있지만 삼성은 철저한 책임경영제다. 이 회장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되,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을 묻고 확실하게 보상해 준다. 박근혜정부는 그런가. 책임총리제나 책임장관제가 과연 이행되고 있는가. 총리나 장관이 산하기관장 또는 부처 주요 보직인사 하나 제대로 못하는데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행여 불쾌하게 생각하진 말기를. 미래창조과학부가 그 내부에 '삼성 연구반'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싶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처럼 찬란한 성공을 거두길 빈다. 박근혜 정부가 끝나는 2017년 말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가수 싸이를 불러 멋지게 창조경제 성공 자축연을 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니면 조용필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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