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KT와 KB금융, 그리고 우리금융

머니투데이 배규민 키갈리(르완다)기자 | 2013.10.31 11:00
"주어진 시간이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이석채 KT회장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아쉬움이 묻어났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기자들과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배임혐의와 차명계좌 의혹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거대한 쓰나미를 어떻게 돌파하겠냐"며 임기를 마치지 못할 수 있음도 내비췄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다만 그는 "내일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며 끝까지 맡은 바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통신업계는 5년 전의 일을 떠올린다. 이명박(MB)정부가 들어선 뒤 전 정권에서 선임된 KT 사장이 검찰 수사 후에 물러났기 때문이다. KT그룹 내부는 "올 것이 왔구나"며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CEO는 임기가 남았지만 거취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내부 직원들은 불안한 지배구조와 CEO리스크에 더 안절부절 못한다. 통신업을 출입한지 얼마 안 됐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금융업에서의 경험과 너무 흡사해서다.

KT와 우리금융 그리고 KB금융의 공통점은 'CEO 리스크'다. CEO 선임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정권이 교체되면 더욱 그렇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MB맨으로 분류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은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결국 올 4월 자진 사퇴했다. 연임을 생각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역시 임기 2개월을 남겨두고 연임 포기 의사를 공식화 했다.


이 회장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당연히 져야 한다. 그도 본인 입으로 "모럴(도덕적인)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 입맛에 맞는 CEO를 앉히기 위한 정권의 CEO 흔들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KT와 KB금융은 정부지분이 1%도 없는 민간 기업이다. 5년 주기로 한국의 대표적인 민간 기업들을 흔드는 것은 국가에도 손해다.

전임 정권에서 '낙하산'으로 왔다해서 특별히 경영이나 도덕적 문제가 없는데도 그 수순을 되풀이하려는 '정치적 압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여하나.

더욱이 통신업과 금융업은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다. 해외서 먹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해외 사업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중장기적인 사업이다. CEO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CEO의 능력과 상관없이 정부의 입김대로 수시로 CEO가 교체된다면 요원한 일이다.

KT는 올해부터 르완다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사업을 본격화한다. KT는 우선 향후 3년 동안 르완다에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나아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국의 지식산업을 수출할 전략이다. 르완다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면 KT의 미래는 밝다.

현재 아프리카 인구는 11억 명 안팎. 프랑스의 한 조사연구 기관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아프리카의 인구는 25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세계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한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더는 출혈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미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에서 몇몇 나라의 수장들이 관심을 보이는 등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된다. KT(korea telecom)가 CEO 리스크를 딛고 이름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통신 기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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