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악재 겹친 정유업계, '불황 터널' 깊다

머니투데이 류지민 기자 | 2013.10.31 07:15

3분기 실적 '어닝쇼크'···원화 강세에 정제부문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

국내 정유사들이 '어닝쇼크' 수준의 3분기 성적표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정유업계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7%, 매출은 14.1% 각각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세전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1% 감소했다. 이는 예상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하루 앞서 실적을 공개한 S-OIL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3분기 영업이익이 25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1% 줄었다. 매출은 4.4% 감소했고 순이익은 환차익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적자에서 2031억원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성적표를 제출하지 않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사정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정제마진 축소와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으로 정유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수입된 원유와 정제과정을 통해 생산한 휘발유·경유·나프타 등 석유제품의 가격 차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수익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척도가 된다.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을 가늠할 수 있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올 2분기 평균 배럴당 2.3달러에서 3분기 1.6달러로 30.4% 낮아졌다.

정유사들이 석유화학이나 윤활유 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전체 매출에서 70~80%의 비중을 차지하는 정유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전체 실적 부진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 S-OIL은 정유부문에서 168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기름을 팔수록 손해를 본 셈이다. S-OIL의 정유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2.4%에 달한다.

아울러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는 국내 정유사들의 사업구조상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수출경쟁력은 약화된다. 지난 6월24일 달러당 1163.5원으로 고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은 현재 1061원으로 100원 이상 하락했다.

더 심각한 것은 선전하던 비정유부문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사업의 경우 정유사들이 앞다퉈 PX(파라자일렌)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렸던 윤활유사업 역시 현대오일뱅크가 새롭게 뛰어들면서 4파전 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난방유 성수기로 정유부문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석유화학부문의 비수기 진입과 신규 윤활기유 생산설비 가동에 따른 마진 하락, 원화 강세 지속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석유제품의 정제마진은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환율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제유가가 안정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4분기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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