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육군부대에서 근무하던 오모 대위는 '상관인 노모 소령이 성관계를 지속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10개월 동안 매일 야근을 시키면서 가혹행위를 가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 대위의 자살에 상관의 성관계 요구 및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지난 24일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비로소 폭로됐다. 오 대위는 유서에서 "상관인 노모 소령이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했고 약혼자가 있어 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노 소령은 10여개월 동안 야간근무를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오 대위의 자살에 상관의 성관계 요구 등의 정황이 드러나자 국방부는 부랴부랴 노 소령을 구속 수사키로 했다. 위용섭 국방부 부대변인은 "여군 장교인 오모 대위에게 성관계 요구와 가혹행위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노모 소령은 군 헌병대에 구속됐다"며 "현재 헌병대에서 성관계 제안 및 가혹행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군내 성군기 위반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재윤 의원이 인권위원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군 10명 중 1~2명이 최근 1년 간 상관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여군 8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2%인 457명이 '성희롱 피해를 당했거나 주변의 피해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응답자 11.9%(102명)는 최근 1년 동안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육군이 2008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집계한 성군기 문란 사건은 총 2877건(간부 434건, 병사 2443건)이었다. 특히 성범죄로 인한 간부들에 대한 중징계는 22%에 불과했지만 일반 병사의 경우는 61.7%가 중징계 처분을 받아 사후 조치에도 형평성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군형법은 물론 성범죄 관련한 친고죄가 지난 6월부터 폐지된 만큼 군이 의지를 갖고 성 군기 사고에 대해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며 "국방부가 여군의 인권실태를 객관적인 외부기관을 통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육군사관학교는 생도 간 성폭행, 미성년 성매매 등 불미스런 사고가 빈발하자 지난 8월 '기강 쇄신 방안'을 발표하고 금혼·금연·금주 등 '3금제도' 도입 및 1학년 생도의 이성교제를 금지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군의 대책들이 그때그때 상황만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군내 성범죄의 60%가 불기소 처분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처벌 강화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이와 관련, 군 인권 전문가는 "군사법원에서 3년형을 받더라도 군 지휘관 재량으로 감경해줄 수 있다"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지속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내 성범죄는 엄벌에 처해진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여성인력의 군 지원이 줄어들어 군 전력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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