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뒷목 잡힌 한국기업 "유통·식품가는 외국기업 판"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반준환 기자, 엄성원 기자, 장시복 기자, 민동훈 기자 | 2013.10.26 06:30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이후 국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유통업계는 마이너스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규 출점이 가로 막히고, 의무 휴업일을 지켜야하는 등 도무지 일할 힘이 나지 않는다. 식품업계도 국내 대기업들은 신프랜차이즈 매장을 신규출점하거나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것까지 사사건건 규제를 받는다.

반면 외국계 대형마트와 SSM, 식품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이 규제에 발목을 잡힌 사이에 한국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넓히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중견기업 동반성장'이라는 법안 취지는 살리지 못한채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역차별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기업 신규출점 막았더니…글로벌 업체들만 살 판=일본계 SSM이 영남권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국내기업 역차별 후유증으로 꼽힌다. 골목 상권 보호 취지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했는데 해외 유통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단기간에 크게 성장한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SSM '트라이얼코리아' 매출은 2010년 400억원에서 지난해 607억원으로 2년새 52%나 늘었다. 매장수도 2010년 6개에서 올 10월 현재 12개로 불렸다. 한국 기업 같으면 이런 성장세는 엄두도 못 낸다. 지난해 처음 한국에 들어온 일본계 SSM '바로'도 첫해에만 1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일본계 SSM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한 것은 대구·부산 등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국내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규제를 시작한 2010년부터다. 올해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규제가 더 강화됐다.

일본계 SSM은 한국 SSM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재래시장 인근에 버젓이 출점할 수 있고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법을 뜯어고쳐 동네 슈퍼 등 영세상인을 보호한다더니 결국 외국계 유통업체 좋은 일만 시켰다"며 "이제는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누구를 위한 이득인지 냉철히 따져봐야 할 때"라고 밝혔다.

동반성장정책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에만 입찰 자격을 줬던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DF2(434㎡) 구역 운영권을 세계 2위 면세점 업체인 듀프리가 따낸 것도 웃지 못할 일이다. 듀프리의 한국법인 격인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는 대기업이 참여할 수 없는 이 운영권 입찰에 산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발급받은 '중견기업 확인서'를 들고 참여했다. 그러나 듀프리는 연 매출만 40억 달러다.


◇외식·급식업 규제도 형평성 논란 여전=식품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본격화되면서 주점·도시락·초밥 등 일본계 외식업체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진출해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카페베네나 농심 같은 국내 외식기업들이 사업을 철수한 자리에는 마루가메제면(우동), 갓덴스시(초밥), 코코이찌방야(카레), 잇푸도(라멘) 등 일본계 외식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매장수를 늘리고 있다. 미국계 브랜드들도 국내 피자.햄버거.커피 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CJ), 애슐리(이랜드) 등 국내 외식 브랜드에게는 강력한 규제를 가한 반면, 패밀리 레스토랑 3대 외식업체 중 하나인 미국계 아웃백은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있는 것도 특이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피자헛이나 KFC는 전 세계 매출 규모로 따지면 50조원에 달하는 공룡기업인데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된 것은 명백한 한국 기업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급식업체인 '아라코'가 세종시 정부청사(2단계) 급식권을 따 낸 것도 삼성에버랜드,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등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 입찰이 원천 봉쇄됐기 때문이다. 급식기업 한 관계자는 "중소.중견 급식업체를 지원하려고 대기업 참여를 막은 것 아니라 아라코 같은 글로벌 외식기업만 좋은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소덱소와 컴파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급식시장 진출에 욕심을 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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