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되돌아 갈 수 없을 때(a point of no return)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3.10.27 06:00

[i-로드]<9>유일한 생존법은 포기않고 계속 전진하는 것

편집자주 |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 “캄캄한 동굴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되돌아갈 만큼의 숨이 남아 있지 않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남은 유일한 선택은 (캄캄한) 미지의 앞을 향해 계속 헤엄쳐 나가는 것 뿐이다. 그저 숨이 멈추기 전에 동굴의 출구가 나타나길 기도하면서...”

미스테리 소설 『다빈치 코드(Da Vinci Code)』의 작가로 유명한 댄 브라운(Dan Brown)의 신작 『인페르노(Inferno)』에 나오는 글귀로 에게 해의 산호초 동굴에서 바닷가재를 잡던 고대 그리스 잠수부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금언이다.

도저히 되돌아갈 수 없는 순간에 직면,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고대 그리스 잠수부들이 터득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인페르노』에서 주인공 로버트 랭던(Robert Langdon) 교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맞닥뜨릴 때마다 이 금언을 생각하며 위기들을 극복해 나갔다.

#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의 세찬 눈보라가 치던 어느 날 밤, 히말라야의 어느 깎아질 듯한 빙벽에 매달려 꼼짝없이 갖혀 버렸다. 그사이 온 몸은 추위에 마비돼 버리고, ‘아, 난 이대로 죽는구나’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그러다 마침내 새벽 동이 트는 걸 봤다...”

히말라야 16좌를 등반한 한국 최고의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히말라야 등반 때 겪었던 일화가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며 수많은 죽을 고비를 겪은 엄 대장이 터득한 유일한 생존법은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었다.

# “창업한 뒤 초기엔 이용자수가 반짝 늘지만 머지않아 기나긴 정체기에 빠지게 됩니다. 이 시기에 창업자는 나가떨어지지 않고 버텨야 합니다. 회사가 망하기 전에 이용자수가 크게 늘기를 바라면서...”

벤처기업인은 창업후 1~2년 후면 누구나 비즈니스를 포기할 만큼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창업 당시의 희망찬 꿈은 사라져 버리고,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정도가 된다. 그런데 비즈니스가 제대로 도약하기까지 힘들게 버텨야 하는 기간은 길게는 3~5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벤처창업가가 성공하려면 이런 고통의 기간을 끈기있게 버텨야 한다고『창업멘토링 클래스』에서 강조한다.


여기서 끈기(tenacity)란 깎아지른 듯한 암벽을 기어오르는 클라이머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암벽에 겨우 매달려 버티는 모습에 비유될 수 있다. 이 암벽 클라이머도 어느 순간 너무 지쳐서 손을 놓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오지만 그때마다 그가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은 그냥 계속 위로 올라가는 것 뿐이다.

# "창업가들은 정서적으로 배고프다. 그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고, 사기를 당해도 오뚜기처럼 일어나야 한다. 자금의 압박이 있어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기시키며 이겨내야 하고, 대표 자신은 월급을 못 가져가더라도 직원들의 월급은 챙겨주어야 한다. 그들은 벤처투자자(VC)들에게 형편없다고 핀잔을 들어도 참아야 하고, 멤버들이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뒷담화를 해도 견뎌내야 한다. 사실 이것들은 철인이어야만 가능하다."

30여개의 청년 벤처기업이 몰려있는 파운더스 캠프(founders camp)의 박종욱 멘토는 지난 5년간 현장에서 스타트업에게 멘토링을 해주면서 지켜본 벤처창업가의 아픔을 그의 기고에서 절절히 묘사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잠수부처럼, 벤처기업인들은 창업후 어느 순간 도저히 되돌아 갈 수 없는 시점(a point of no return)에 도달할 때가 온다. 이때 벤처기업인들은 엄홍길 산악대장이 히말라야 빙벽에 매달려 갇히게 되는 것처럼 꼼짝 못하게 된다. 그리고 박종욱 멘토가 현장에 지켜본대로 그들은 온갖 아픔들을 혼자 참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참고 버텨야 하는 기간은 임지훈 대표의 경고처럼 결코 짧지 않다. 그리고 참고 견딘다해도 마침내 고대 그리스 잠수부가 터널의 끝을 찾거나 엄홍길 산악대장이 동이 트는 해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순간이 모든 벤처인에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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