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X같이 야구할래?"···술 주정에 멍든 야구 축제

머니투데이 이슈팀 최동수 기자 | 2013.10.17 17:48

[가을야구 백태 ①] 반입 금지된 소주 들여와 마시고 난동 등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잠실야구장 좌석, LG 트윈스 치어리더, 잠실야구장 좌석 통로/ 사진=뉴스1

가을야구가 시작되면서 야구장에 연일 수많은 관중들이 몰리고 있다.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13년 만에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으면서 표를 구하기 위한 예매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날로 높아가지만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끊이지 않는 야구장 '추태 만상'을 살펴본다.

◇주사파 "야 x같이 야구할래?"
지난 8일 두산과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때 서울 목동구장을 찾은 대학생 김모씨(27·여)는 하루 종일 술 취한 남성에게 시달려 응원팀인 넥센이 승리한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경기가 고조되면서 남성의 술 주정은 시작됐다. 갑자기 "OO아 X같이 야구 할래?"라고 소리 치면서 선수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한 손에 든 물통에서는 소주 냄새가 진동했다. 소주는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이지만 생수통에 몰래 넣어 온 것이다. 그 남성은 심지어 김씨에게 "술 한잔 같이 하자"며 치근덕대기도 했다.

야구장에는 도수 5도 이하 주류만 반입 가능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갖은 방법을 동원해 소주를 반입하고 있다. 야구장 출입구에서 검사를 해도 음료수나 물통에 소주를 넣어오면 잡아낼 방법이 없다.

◇도촬파 "야구보다 치어리더가 좋아"
지난 16일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야구장을 방문한 김모씨(45·여)는 어렵게 치어리더 쪽 자리를 잡았지만 하루 종일 아이 옆에서 치어리더를 촬영하는 남자들 때문에 경기를 제대로 관람하지 못했다.

옆에 앉은 한 남성은 응원전이 펼쳐질 때마다 고성능 카메라를 들고 치어리더의 허벅지와 엉덩이 부분을 집중 촬영했다. 김씨는 "아이가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쓰여 경기에 집중을 못 했다"며 "야구장에 왔으면 야구를 봐야지 너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야구장에서 치어리더를 전문적으로 쫓아다니는 사람을 '검프'라고 부른다. 고가의 사진 장비를 구비하고 치어리더들의 모습을 찍는데, 수위 높은 사진들도 많이 찍어 치어리더들까지 곤란하게 만들 때가 적지 않다.


◇무등파 "내 아이만 잘 보인 돼"
아이들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무등'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다녀온 정모씨(24·여)는 앞자리의 한 남성이 어린 초등학생을 무등을 태우는 바람에 이날 경기 중 가장 중요한 득점 장면을 놓쳤다.

정씨는 "아이라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다. 다 같이 보는데 그래도 무등을 태우는 건 조금 과한 것 같다"며 "나도 키가 작은데 앞에서 무등을 태우니 선수가 안 보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비(非)매너파 "쓰레기 어차피 치울 텐데"
지난 16일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나고 잠실구장에는 약 40여명의 환경미화원이 투입됐다. 경기가 끝나고 잠실 구장은 쓰레기와 담배꽁초로 아수라장이 됐다.

잠실구장 시설 관리팀 관계자는 "말도 마라. 쓰레기통 옆에 버리는 사람은 양반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고 간다"면서 "40명이 경기가 끝난 밤 11시 정도부터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치운다. 시민 의식이 꽝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봉투에 담아 놓은 쓰레기도 분리수거를 안 해 놓으니 봉투를 엎고 다시 분리해야 한다. 화장실과 복도에 쌓인 담배 꽁초는 일일이 쓸어 담아야 한다. 미화원 이모씨(60·여)는 "의자 구석에 쓰레기 좀 박지 말고 분리수거를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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