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은 제2의 인생 캔버스" 45세 주부 스타트업 도전기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13.10.18 05:53

'갤노트로 인생 그림 그리는 여자' 정언랑 낭낭공방 대표

정언랑 낭낭공방 대표/사진제공=SK텔레콤
'디지털 공방'을 내 건 스타트업 '낭낭공방' 대표 정언랑씨(45). 고3 딸, 고1 아들을 둔 수험생 엄마로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여느 40대 주부와 다를 게 없었다.

수학학원 강사, 보험텔레마케터, 콜센터직원 교육 강사 등을 두루 거치며 똑소리나는 슈퍼우먼 소리를 듣긴 했지만 바쁜 일상에 마음은 지치고 공허함이 문득 문득 밀려왔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1년 전 처음 손에 쥔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 스마트폰을 쓰고 난 뒤 어느 회사 다니는 누구의 엄마, 아내에서 '그림 그리는 여자'로 바뀌었다.

정언랑 대표가 갤노트로 그린 그림과 손글씨/제공=낭낭공방
"제가 워낙 기계치라, 가족들 친구들 성화에 1년전에야 스마트폰으로 바꿨어요. 그런데 휴대폰에서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학교 때 미술을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마음가는대로 낙서하고 끄적이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게 스마트폰으로 그린 작품에 정 대표는 한줄 글을 넣어 감성을 더했다. 스마트폰으로 만든 '손바닥 그림 에세이'인 셈. 그렇게 만든 작품이 어느새 400여점이 넘는다.

"그림 파일을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보내주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나중에는 이런 콘텐츠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건 어떨까 생각했죠."

정언랑 대표가 갤노트로 그린 그림과 손글씨/제공=낭낭공방
용기를 냈다. 지난 6월 SK텔레콤이 '베이비부머'의 창업을 지원하는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에 응모한 것. 모바일에 내장된 개인 콘텐츠로 컵, 휴대폰케이스, 액자 등 나만의 제품 만들기를 서비스하겠다는 사업아이템을 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디지털에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정 대표는 2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뽑혔다. 사무실을 지원받고 사업화를 위한 기술 자문 등 인큐베이팅을 받으며 지난달 '낭낭공방'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낭낭'은 정 대표의 브랜드 네임이다.

"모바일은 한 개인의 캔버스예요. 찍고, 그리고, 나누고…그 안에 글씨, 그림, 사진이 얼마나 많아요. 그 콘텐츠를 모바일에 가두는 게 아니라 나와 주변 사람들 일상에 소중한 제품으로 만드는 거죠. 숙련가, 전문가가 워낙 많은 세상이라서 저처럼 조금은 못그리고 어설픈 그림들이 편하고 공감을 많이 주나 봐요. 집에서 아이들이 그리다 만 것 같은 낙서도 세상에서 하나 뿐인 제품으로 재탄생될 수 있어요."


정언랑 대표가 갤노트로 그린 그림과 손글씨/제공=낭낭공방
창업 후 정 대표는 일러스트 작가를 한 명 고용했다. 본인도 밤 새 포토샵을 배우고 사업을 구상하느라 10여개 기업이 입소한 창업지원센터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

"쇼핑몰 같은 홈페이지가 아니라 시뮬레이션 기능을 통해 나만의 제품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앱을 구상 중이예요. 휴대폰 안에 그림, 사진 등이 다 저장돼 있으니까 그것을 공방 앱에 들어가서 보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낭낭공방이 디자이너 등 다양한 창작가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어요."

창업에 이어 정 씨는 또 일을 냈다. 갤노트, 갤럭시탭으로만 그린 손바닥 그림을 모아 다음달 책으로 펴낸다. 문예창작과를 나오고 영화계에서 제작자로 일하고 있는 남편이 각 그림에 글을 써 살을 더했다.

"마냥 분주하게만 살았는데 어느날 스마트폰을 사고, 출퇴근길 손바닥만한 핸드폰에 코 박고 그림 하나 한 줄 글로 마음을 퍼 올리기 시작한 게 인생을 이렇게 바꿔놨네요. 저의 사업이, 저의 그림이 다른 이들의 마음을 잠시라도 토닥여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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