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전략기획본부에는 과거 전략기획본부 소속이었던 임직원 10여명이 어수선하게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전략기획본부는 임직원 50여명이 근무하던 곳이지만, 지난 2일 공식적으로 해체되면서 소속임직원들이 퇴사하거나 계열사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임직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듯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직원 A씨도 전날에는 다른 계열사로 출근했다 이날은 물건을 정리하러 이곳에 들른 차에 수사관들을 대면하게 됐다.
A씨는 "검찰 수사관들이 닥쳤지만,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당혹스러워하거나 당황하지는 않았다"며 "직원들이 압수수색에 잘 협조하고 있고, 일부는 건물에서 나와 다른 곳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체념한 듯 애써 냉정을 유지하려는 게 보였다. 하지만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물기가 배어 있었다.
동양증권 사옥 14층에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집무실이 위치한다. 검찰은 현 회장의 집무실에 대해서도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동시에 서울 성북동 현 회장의 자택과 인근 수표동 (주)동양 사옥을 비롯 계열사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동양그룹은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에 이어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압수수색으로 검찰 수사까지 본격화됐다. 경기고, 서울대법대를 나온 '엘리트 검사' 출신 현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현 회장이 등이 주가조작을 하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
한 재계 관계자는 "동양그룹 경영진이 부실을 숨기고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까지 극도로 악화됐고, 직원들의 원성도 높아졌기 때문에 현 회장 등 경영진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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