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실세라인, 적자 계열사와 '수상한 거래'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3.10.16 05:15

동양생명과학 인수에 76억원 투입 ..."김철·김정득 등 실세라인이 거래주체"

동양네트웍스가 비상장 자회사인 동양생명과학(옛 금진생명과학)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 자본금(30억원)의 2배가 넘는 76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생명과학은 온천수를 이용한 화장품 제조 외에는 뚜렷한 사업성과를 내지 못하는 적자회사다. 동양생명과학 인수과정에선 특히 김 철 동양네트웍스 대표 등 그룹 내 실세라인이 거래주체로 등장, 인수배경과 과정에 의혹이 일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동양그룹 등에 따르면 동양네트웍스는 지난 2월 김정득 전 ㈜동양 건설부문 대표로부터 동양생명과학 지분 27%(16만2000주)를 21억1500만원에 사들여 지분율을 90%로 높였다.

강원 삼척 출신 김 전대표는 강릉고를 졸업하고 경남기업 이사를 지낸 후 금진생명과학을 설립했다. 그는 김 철 대표가 세운 미러스(동양네트웍스 전신)에 2011년 2월 금진생명과학 주식 42만주(70%)와 경영권을 54억8500만원에 넘겼다.

김 전대표는 이 거래를 계기로 김 철 대표와 가까워졌고 동양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지난해 4월 ㈜동양 건설부문 겸 동양시멘트이엔씨 대표까지 오르며 김 철 대표와 함께 그룹 내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초 동양시멘트가 금맥 탐사와 금광 발견사실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김 전대표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대표는 그러나 지난 2월 동양생명과학 잔여 보유지분을 동양네트웍스에 매각한 뒤 돌연 회사를 떠났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김 전대표의 사임배경은 명확지 않다"면서도 "회사 경영권과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큰 이익을 봤다는 소문이 그룹 내 파다했다"고 말했다.

2004년 설립된 금진생명과학은 강원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인근 온천을 개발하고 관리하던 회사다. 미러스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0년 반기 기준 실적(자본금 30억원)은 매출 2억9900만원, 당기순손실 2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2009년에는 매출 5억5000만원, 순익은 0원을 기록했다.


당시 동양그룹은 재무구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금진생명과학 인수를 통해 강원 정동진 부근의 금진온천 개발프로젝트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온천수를 활용한 화장품 제조와 금진온천 일대 대규모 리조트를 개발하는 헬스케어사업이 핵심이었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1월 강릉시와 힐링리조트 개발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주도한 것이 김철 대표와 김 전대표였다"며 "그룹 내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이혜경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재가로 사업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의 금진온천 개발프로젝트는 그러나 이후 별다른 진척 없이 답보 상태다. 아직 투자단계라고 하지만 동양생명과학도 뚜렷한 사업성과가 없다. 지난해 매출은 25억1300만원에 그쳤고 영업손실과 당기손실도 각각 28억2000만원과 33억6900만원에 달했다. 연매출 5억원짜리던 회사 지분 90%와 경영권을 76억원에 샀으나 계획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동양네트웍스 관계자는 동양생명과학 인수과정에 대해 "2011년 당시 효능이 입증된 금진 온천수의 잠재사업성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반영해 밸류(가치평가)가 높게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초기 투자 과정이어서 실적부진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온천수로 만든 화장품 브랜드 '크레모랩'은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선 여러 정황상 동양생명과학 인수가 비상식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동양생명과학은 동양네트웍스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전인 지난 6월 대표이사를 김 철 대표에서 그룹 내 또다른 실세로 불리는 이상화 전 동양시멘트 대표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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