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동양, 또 현 회장이 경영하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3.10.14 07:34

DIP 제도 개정 제자리걸음…법원 기존 경영인 선임에 무게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개시를 앞두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CP(기업어음)·회사채 투자자로 구성된 채권단협의회가 법정관리인 선임 문제로 기존 경영진과 충돌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웅진 사태 이후 'DIP'(기존 관리인 유지)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똑같은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 동양 vs 채권단·비대위 '정면충돌' = 13일 법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5개 계열사에 대해 동양시멘트 김종오 대표, 동양네트웍스 김철 대표, 동양 박철원 대표, 동양인터내셔널 손태구 대표, 동양레저 금기룡 대표 등 기존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동양그룹 경영진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서 대표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개인투자자 모임인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와 만나 "현 경영진이 기업을 살려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채권단과 비대위는 이미 실패한 경영진이 법정관리인이 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비대위는 내부 협의를 거쳐 오는 14일 법정관리인과 CRO(구조조정 담당임원) 추천인 명단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원은 관련법에 따라 동양그룹의 요청대로 기존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지난해 동반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해서도 두 회사의 기존 대표를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이 법정관리 기업의 관리인으로 기존 경영진을 선임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 "DIP 개선" 말뿐…책임 떠넘기기 '급급' = DIP 제도는 횡령이나 배임 등 부실경영에 대한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기존 법인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해 계속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경영진이 채권단의 간섭이 심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보다는 법정관리를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DIP 제도가 도입된 2006년에 76건이던 법정관리 신청 건수가 지난해 803건으로 6년새 10배 이상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웅진사태 이후 DIP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6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DIP 제도 개선을 위해 유관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 개선 움직임은 진척 없이 금융당국과 법무부 등 관계기관이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금융당국에서는 법 개정이 법무부 소관이라 의견 제시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법무부는 법을 개정하려면 금융당국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게 없다는 입장이다.

◇ 개정안도 논의 없이 방치 = 그나마 국회에 개정안이 한 건 올라와 있지만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월24일 여야 의원 51명과 함께 부실기업의 경영진이 고의나 악의적으로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법정관리인 선임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도 재산 유용이나 은닉 등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경영진은 법정관리인에 선임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뒤 3개월이 지나도록 한번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한편, DIP 제도가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보장해준다는 주장이 오해라는 얘기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채권단이 추천하는 CRO와 법원이 법정관리인을 견제·감시하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이 전횡을 일삼을 수 없다는 것.

또 법정관리의 취지가 채권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부실기업을 조기에 정상화시키는 것인 만큼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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