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에 '제로 에너지' 기술 도입한다면…

머니투데이 런던(영국)=송학주 기자·뉴스1 김정태 뉴스1 기자 기자 | 2013.10.15 06:15

['행복주택, 맞춤형 주거복지시대 연다']<2-2>영국 서튼자치구 '베드제드'

편집자주 | 박근혜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의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행복주택'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신혼부부와 대학생 등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에게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임대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5월 서울 등 수도권 도심내 철도부지, 유휴 국·공유지 등 7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1만가구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류·가좌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연내 착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머니투데이와 뉴스1은 행복주택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사업인지 여부와 현안을 심층 분석하고 근본적 대안을 찾는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특히 맞춤형 주거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현지를 찾아 정부, 지자체, 기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심층 취재했다.

영국 런던 남쪽 서튼 자치구에 건설된 '베드제드(BedZED)' 친환경 단지 전경./사진=송학주 기자
 지난 3일 영국 런던 남쪽 서튼자치구에 건설된 '베드제드'(BedZED). '베드제드'는 '베딩턴 제로에너지 개발'(Beddington Zero-fossil Energy Development)이란 뜻으로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고 않고 개발한 지역이다.

 런던에서 남쪽으로 40여분 열차를 타고 서튼자치구의 핵브리지역에 도착해 5분여를 걸어가자 '베드제드'라는 간판과 함께 3층짜리 연립주택 형태의 3개동 건물이 보였다. 이곳은 2000년 가동이 중단된 오수처리장 1만6500㎡ 부지에 100가구 규모의 주택과 10개의 사무실을 지은 단지로 2002년 완공됐다.

 이 단지의 특징은 다양한 주체의 협력으로 조성된 친환경 건축물로 '탄소제로도시' 개발의 모델이 된다는 점이다.

 자선단체인 피바디트러스트와 사회적기업인 바이오리저널디벨로프먼트그룹, 친환경건축사 모소니빌던스터건축사무소 등이 함께 지은 런던 최초 친환경 주택단지다. 영국은 물론 전세계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떨친다. 방문객이 많다보니 설명을 듣기 위해선 비싼 방문비를 내야 했다.

영국 런던 '베드제드(BedZED)' 친환경 단지. 자연 통풍과 환기를 위한 굴뚝이 독특하다./사진=송학주 기자
 탄소에너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직장과 주거가 근거리에 있는 '직주근접' 방식으로 조성됐다. 출퇴근도 자전거나 전기자동차를 이용한다. 단지 곳곳에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단지설계 단계부터 탄소배출을 하지 않기 위한 '패시브하우스' 건축기법을 도입, 고밀도의 3층짜리 연립주택들이 옆으로 연결돼 모두 남향으로 배치됐다. 건물 옥상엔 바람을 안으로 순환할 수 있는 큰 통풍구가 마련돼 있었다. 자연채광과 자연환기에 신경을 써서 에너지 사용을 줄인 것이다.

 난방연료는 나무칩을 태워 사용하며 재활용 자재를 사용해 건물을 지었다. 화장실 물은 빗물을 모아 사용하고 옥상녹화를 통해 열 손실을 막는 기술도 적용됐다.


 음식물쓰레기를 열분해해 바이오가스를 활용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술도 특색이다. 음식물은 근처 농장과 연계해 신선한 상태로 공급된다. 음식물쓰레기를 열분해하고 남은 찌꺼기는 농장비료로 사용되는 등 어느 것 하나 함부로 버리는 게 없다.

영국 런던 '베드제드' 친환경 단지를 설계한 빌던스터 건축사무소의 한국담당 이인선 건축가가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패시브하우스' 건축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송학주 기자
 이곳에서 근무하는 이인선 빌던스터건축사무소 건축가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단지로 사명감이 강하다"며 "일반주택과 비교해 81%의 난방비와 45%의 전력소모를 줄이고 교통비 64%, 물사용량 58%가량을 절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텃밭과 자체적인 공동체 활동으로 음식의 86%가량이 유기농식품"이라고 소개했다.

 전체 주택 100가구 중 50%는 일반분양, 25%는 직원과 설립자용, 25%는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주택으로 각각 구성됐다. 물론 사회주택은 일반주택과 섞여 있어 어느 주택인지 모르게 구성했다.

 이 소장에게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행복주택이야말로 건설 초기부터 친환경 주택단지로 설계해서 지으면 관리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저소득층용 임대주택으로 안성맞춤"이라며 "지역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게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영국 런던 '베드제드(BedZED)' 친환경 단지 주택은 주민 소통을 위해 구름사다리가 설치돼 있다. 단지 곳곳에 설치된 조경수들도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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