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위성파편' 맞는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3.10.12 08:39

[팝콘 사이언스-⑳]SF영화 '그래비티'를 통해 본 '케슬러 증후군'과 대응 기술

편집자주 | 영화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그래비티 영화의 한 장면/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관상', '감시자들'처럼 최근 개봉작들을 보면 새롭고 공통된 성공방정식이 엿보인다. 이제껏 스크린에서 다뤄보지 않은 소재를 채용해 소위 흥행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것. 이런 시도가 장르 불문하고 느는 추세다. SF영화도 마찬가지, 내주 국내 개봉을 앞둔 '그래비티'는 우리에게 낯선 '케슬러 증후군'을 모티브로 삼았다.

캐슬러 증후군이란 우주쓰레기에 맞아 파괴된 위성에서 찢겨져 나온 파편이 또 다른 위성을 위협하는 연쇄폭발의 악순환을 뜻한다. 영화는 수천만개로 추산되는 각기 다른 직경의 폐인공위성 파편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으레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지구인과 외계인과의 사투는 고전영화의 제작 공식이 돼 버렸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처음으로 우주 비행에 나선 의료 공학 박사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 분)과 베테랑 우주 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에게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

폭파된 러시아 인공위성 잔해가 라이언의 우주왕복선을 파괴한다. 라이언은 우주로 떨어져 나오게 되지만 마침 맷이 라이언의 위치를 찾아 데리러 온다. 맷의 도움으로 다시 왕복선에 탑승하지만 라이언은 뜻하지 않은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나사에서 출발한 모든 사람이 죽어 있었던 것이다. 본부와 교신이 끊어지고 우주복 산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라이언과 맷은 우주 정거장 소유스로 이동을 시도하지만, 이들에겐 또다른 재난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비티에서 주인공에게 가장 위협적인 상대는 우주쓰레기와 이 때문에 겪게 될 무중력의 어두운 우주공간이다. 망망한 우주 공간을 홀로 떠돌다 결국 죽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끔찍한 공포와 긴장감을 자아낸다.

류준영 기자의 '팝콘 사이언스'
◇우주쓰레기 어떻게 발생하나
미국 합동우주작전사령부는 현재 지구 저궤도·정지궤도에 위치한 직경 10㎝ 이상 우주쓰레기는 약 3만5000여개, 1㎝ 이상은 50~60만개, 1㎜ 이상은 수천만개고 추산했다. 우주쓰레기는 인공위성과 그 파편, 위성 발사에 사용한 상단로켓 잔해와 로켓 연료통 등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명이 다했거나 가동중인 위성은 약 7000여기 가량 된다. 이중 약 3500여기가 우주위성 궤도권에 머물고 있다. 게중에 통신과 기상관측, 탐사 등의 임무를 수행 중인 위성이 1100여기, 폐위성이 2400여기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총 12기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 이중 1992년부터 발사된 실험용 과학위성 '우리별' 시리즈와 2008년 임무종료한 '아리랑1호'가 우주쓰레기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영화에서 보듯 우주쓰레기는 초속 7∼11km로 날아다닌다. 직경 10cm 정도 파편 하나면 인공위성 하나를 충분히 박살낼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다. 극상에 연출된 우주쓰레기의 위협은 현재 진행중이다. 예컨대 국제우주정거장은 우주쓰레기 충돌을 피하기 위해 10여 차례 가량 회피기동을 실시한 바 있다. 또 2009년 2월엔 미국 통신위성 이리듐 33호가 기능이 정지한 채 우주를 떠돌던 러시아의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와 충돌하며 2000여개의 우주쓰레기를 만들었다.

우주쓰레기들이 서로 충돌해 파편을 만드는 사례도 있지만, 이 같은 충돌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위성 파편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설계구조가 원천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우주는 공기가 없어 태양을 받는 면과 반대편의 온도차가 매우 크다. 태양을 향하고 있는 면의 온도는 영상 120도이고 반대편은 영하 180도에 달한다. 때문에 인공위성은 냉각수 파이프를 이용해 이 같은 온도를 골고루 분산시킨다. 만일 이 위성이 수명을 다할 경우 냉각수 파이프는 가동을 일시에 멈추게 되고, 이때 우주공간의 극심한 온도차로 위성엔 균열이 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위성에 배터리 전력이 남아있을 경우 추진체들은 폭발한다. 우주쓰레기의 약 40% 파편들이 이렇게 발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이 시행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 계획도 우주쓰레기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1968~1986년 미국과 러시아는 20회 이상 위성요격 무기시험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부서져 미사일 잔해들이 우주쓰레기나 인공위성과 부딪혀 더 많은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다.

우주미아가 될 위기에 처한 주인공의 모습을 우수한 그래픽 기술로 연출했다. 이 사진은 그래비티 홈페이지에 게재됐다/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마른 하늘에 '위성파편' 맞는다

우주쓰레기 위협은 우주공간을 넘어 지구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우주쓰레기가 지구로 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1997년 미국 오클라호마에 살던 한 여성이 델타 로켓 연료탱크 잔해물에 맞아 어깨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례도 있다. 2006년, 러시아 정찰위성이 태평양 상공에서 추락할 때 때마침 270명의 승객을 태운 라틴 아메리칸 에어버스가 그 밑을 지나고 있었던 것. 간발의 차로 충돌은 면했지만, 비행기 내 승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처럼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벼락 대신 우주쓰레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크기가 제법 큰 우주쓰레기는 레이더 등으로 탐지가 가능하다는 것. 미국의 우주정찰네트워크(SSN)는 10㎝ 이상 크기의 우주 물체 약 1만3000개를 정기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우주쓰레기 처리·대응 연구 활발

2010년부터 위성보유국을 중심으로 한 우주쓰레기 처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주쓰레기를 모두 없앨 뾰족한 대안이 없다.

그나마 스위스 우주센터가 내년에 쏘아 올릴 예정인 우주쓰레기 청소위성 '클린스페이스원'은 작은 성과에 머물겠지만 의미있는 시도로 통하고 있다. 이 위성의 역할은 스위스가 2009년, 2010년 발사한 위성을 대기권으로 유도해 공기마찰로 태워버리는 것.

모든 위성을 이렇게 처리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위성에 역추진 로켓을 달아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마찰열로 태우면 된다. 하지만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가는 탓에 대부분 나라가 이 같은 장비를 설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 중심으로 '우주쓰레기 역습'에 대비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우주 파편 충돌위험 종합관리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는 우리나라 위성들에 접근한 우주쓰레기와의 충돌확률, 근접거리를 계산하고 분석해 일정 위험수준을 초과하면 궤도조정을 수행할 수 있다.

천문연구원은 오는 2016년까지 직경 0.5m급 광학망원경과 우주감시용 전자광학카메라를 보유한 우주물체추적소 5곳을 몽골·터키·남아공·호주 등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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