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質' 바꿔 '창업3.0시대' 열겠다"

머니투데이 대담=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성연광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 2013.10.10 05:49

[창조경제 벤처시대<1부>벤처정책 이렇게 바뀐다]최문기 장관 "'창조비타민' 연내 성과"

편집자주 | 1990년대 중반 이후 불어온 인터넷 벤처 열풍에 이어 10여년 만에 젊은 창업가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스마트모바일 시대를 맞아 열정과 창의력, 역량을 갖춘 청년들이 창업에 속속 나서고 있다. 정부도 이런 시장에 호응해 '창조경제'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청년창업 지원에 나섰다. 창업지원 정책이 '창업기업 확대-고용창출-중기업으로 성장' 등 생태계 조성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10여년전 정부가 추진한 벤처 정책에서 범한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달라져야할 것은 없을까. 본지는 특별기획을 통해 창조경제의 주역이 될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점검한다. 이미 벤처로서 성공한 기업들의 성장과정 분석과 미국 실리콘밸리 및 독일,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의 벤처산업 현황을 함께 고찰해 벤처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갖춰야할 요소가 무엇인지도 살펴본다.


'창업 3.0 시대를 열자'. 새 정부의 창조경제 열풍과 더불어 벤처 창업이 또다시 주목 받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닫힌 성장판'을 열고 '제2의 한강 기적'을 일궈낼 핵심 대안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정부의 벤처정책은 일종의 벤처지원 자금만 노리는 '체리피커'나 연대보증 문제로 맘대로 퇴출도 못하는'좀비벤처'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양적 위주의 성장정책이 만들어낸 그늘도 적지 않았던 셈이다.

본지는 15년만에 도래한 벤처창업 붐을 '고용창출-중소, 중견기업으로의 성장' 등 선순환 구조로 정착 시키기 위한 제반 문제점을 점검해보고 대안을 제시해본다. 그 첫회로 창조경제 핵심부처를 담당하고 있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만나 현 정부의 벤처 생태계 전략에 대한 소회와 대책을 알아봤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맞물려 국내 벤처(창업) 생태계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달라진 벤처 창업정책은 무엇인가.

▶ 과거에도 창업,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해 수많은 정책들이 나왔지만, 정부의 의지와 역량, 전략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벤처 창업 정책의 경우, 과거에는 양적확대에 집중한 측면이 적지 않다. 창업만 지원했지, 창업이 성장으로 이어지고 실패 시 재도전할 수 있는 제도개선, 규제완화 등 생태계 조성은 미흡했다.

이번 정부의 창조경제정책은 보다 질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창업도 취업하지 못해 회사를 차리는 생계형 창업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가치 추구형 창업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창업 → 성장 → 회수 → 재투자·재도전'에 이르는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마음껏 발현돼 창업, 신산업 창출로 연결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데도 신경을 쓰겠다.

-기존 융자 중심의 정부지원을 직접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해왔는데.

▶기존 융자 중심의 자금 환경은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을 가중시킨다. 창업가들은 과감히 도전하기 보다는 저비용 위주의 안정적인 창업을 선호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 자금조달 금액의 99%가 융자에 의존하고 있다. 통상 3년 이내 창업 초기에는 엔젤투자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국내 엔젤투자는 벤처투자 대비 2%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 견주면 매우 열악하다. 때문에 자금 지원을 융자에서 투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국민이 아이디어나 기술만 갖고 있다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크라우드 펀딩'을 제도화하고 민간과 함께 5000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도 조성할 것이다. 여기에 엔젤투자자의 높은 위험을 정부가 일정부분 분담하기 위한 '엔젤투자 매칭펀드' 규모를 2017년까지 3000억원으로 늘려나가기로 했다.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와 비율을 50%(5000만원 투자 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 창업 즉시 자금조달이 가능한 '예비창업자 특례보증'도 신설할 예정이다.

-현 정부 들어 '성장사다리펀드', '미래창조펀드' 등 6조원 이상의 벤처기금이 형성된다. 운영 면에서 이전 정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선순환 벤처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투자재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벤처 투자는 2010년 이후 3년 연속 1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펀드 조성은 최근 급감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할까.

수년내 벤처투자 재원 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전 정부의 벤처지원자금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일방적으로 흘렀다면, 신규로 형성되는 지원자금은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재투자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보면 된다.

가령, 미래창조펀드의 경우, 수익성을 중시하는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정수준까지 민간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수익배분 구조로 설계했다. 반대로 공공자금의 경우, 보다 많은 투자위험을 부담하도록 했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중소에서 중견, 다시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맞춤형 지원펀드라고 볼 수 있고, 청년창업펀드는 성공한 벤처기업의 자금이 창업기업에 재투자되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일각에서는 벤처지원금만을 노린 '체리피커'들이 활개를 치는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제도적 보완점이 있는가.

▶과거 90년대 후반 1차 벤처 붐 때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지원했지만, 벤처거품 속 '체리피커와 브로커', '좀비 벤처' 등 일부 벤처인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던 게 사실이다. 이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2000년대 초반 이후 벤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급격한 벤처투자 위축과 창업의욕 저하로 이어진 측면이 적지 않다.

새정부의 정책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자금 투입이 아닌,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가 수반되는 자금이다. 또한 창업 → 성장 → 회수 → 재투자·재도전의 생태계에 따라 물 흐르듯이 잘 흘러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과거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소지가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기술력을 갖춘 '제대로 된 벤처기업'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확한 기술가치 평가에 기반한 금융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 특정기업에 대한 중복지원 방지 등 정부자금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관리, 감독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중기청에서 특정기업 중복지원 방지, 부처간 중복사업 조정, 성과분석 등을 위한 '중소기업 통합관리시스템'을 만들어 내년 초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창업 실패 뒤 재도전 환경 조성하는 이른바 '벤처 패자부활전'을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 달라.

▶우선 실패 시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킨 '연대보증제도' 폐지 범위를 기존의 제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 바 있다. 또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벤처1세대가 대학창업동아리 등과 연계해 공동창업, 경영 컨설팅 지원, 초기 벤처기업의 현장 애로 등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성실한 실패자에게는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벤처1세대멘토링센터'를 지난 9월 개소했다.

앞으로도 미래부는 재도전이 가능한 창업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중기청, 금융위 등과 긴밀히 협의해 실패를 용인하고 주저 없이 재도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창업지원' 사업과 관련해 창의적 발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다른나라(미국) 일자리를 만드는데 왜 국민세금을 쓰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시장은 포화상태로 일자리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글로벌 시대에 국내 영토에만 국한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과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찾아 일자리 영토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벤처창업은 1인기업 형태가 다수로 현지 고용이 크지 않지만, 현지 지적재산권의 확보나, 해외시장 선점, M&A를 통한 한국인 소유 부의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SW산업을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강조한다.

▶지난 정부에서도 SW 산업정책을 자주 발표했지만, SW산업 생태계를 아우르지 못하고 단기적이고 현안 중심으로 추진해왔다. 미래부에서는 그간의 단기현안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SW산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우수인력, 시장, 제값주기 부족 → 기업의 수익악화 → 재투자미흡 → 인력기피로 이어지는 SW생태계 악순환 고리를 단절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관 공동으로 현장 중심형 교육을 통한 SW인력을 양성해 나가면서 누구나 SW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자동차·국방·위성 등 임베디드SW를 육성해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겠다. 아울러 다단계 하도급 구조개선, 상용 SW유지관리대가 현실화, 글로벌 창업활성화 등 창업-성장-글로벌로 이어지는 기업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창조경제' 벤처마킹 모델을 두고 '영국과 독일모델'이로 말씀하신 바 있다.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창조경제' 모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창조경제는 어느 한 나라를 모델로 따라가거나, 한 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분야별로 독일,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는 한국형 창조경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나라이든지 창조경제 모델은 각국이 처한 정치, 경제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따라서 창조경제 추진에 있어서 어느 한 특정 국가를 모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다른 나라의 성공사례를 본받고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발전시킬 것이다. 이를 위해 영국의 창조산업 육성, 독일의 튼튼한 제조업 기반과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미국, 이스라엘의 우수한 창업환경 등의 특징을 한국의 환경에 맞게 잘 적용하고자 노력하겠다.

-창조경제 정책들이 상당수 발표됐다. 구체적인 성과들이 언제쯤 가시화되나.

▶우선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가 연말부터 일부 성과가 나올 것이다. ICT(정보통신기술)과 과학기술을 농업, 수산업, 자동차, 헬스의료 등 융합해 기존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20개 사업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이 가운데 3개 정도 곧 성과가 나올 것이다. 이외에 올 상반기 발표된 창조경제 정책 및 후속대책들도 차차 현장에 착근되기 시작했다. 조만간 분야별로 가시적 성과들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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