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법정관리 '미스터리' 투자자 추가 피해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박종진 기자 | 2013.10.02 06:05

동양네트웍스 이어 동양시멘트까지 예상밖 '법정관리'...채무탕감 노림수, 경영권 유지 분석도

"정말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동양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마저 1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금융당국과 채권은행 관계자들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적인 기업 구조조정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어서다.

일각에서는 애초 은행 간섭을 싫어하던 동양 측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대신 법정관리로 채무탕감을 노렸다고 본다. 결국 애먼 동양시멘트 회사채 투자자 약 5000명만 추가 피해를 보게 됐다.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로 피해를 입게 될 개인투자자는 기존 4만1000여명에서 4만6000여명으로 늘어났다.

◇동양시멘트·동양네트웍스도 '법정관리'= 이날 동양시멘트와 현재현 회장의 장남이 대표로 있는 동양네트웍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틀 사이 비금융 주요 계열사 5곳이 모두 법원행을 택했다. 동양생명은 이미 대주주가 바뀌었고, 위기에서 떨어져 있는 동양증권은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시멘트는 1957년 동양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이 설립한 국내 첫 시멘트회사다. 반세기가 넘게 그룹 주력 계열사로, 시멘트업계의 맏형 노릇을 해 왔다. 그룹 모태가 된 곳이어서 오너 일가의 애착이 가장 크다.

애초 시장에선 동양시멘트가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주)동양 등 법정관리 3사와 달리 은행 대출이 많다는 점에서다. 그룹 내부에선 채권단 주도의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면 현 회장이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동양그룹은 채권단과 사전교감 없이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동양시멘트 보유 자산의 신속 매각을 통한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채권단 자율협약보다는 법정관리를 밟는 것이 개인투자자 보호에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그룹의 운명이 금융 계열사는 계열분리를 통해 독자생존을 모색하고 비금융 계열사는 법정관리로 가는 '투트랙'으로 나뉘고 있다"며 "동양증권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므로 사실상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황당한 채권단 "법정관리 웬말?"= 채권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양시멘트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한 멀쩡한 회사"라며 "자율협약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부실기업이 어쩔 수 없이 하는 법정관리를 택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동양시멘트의 부채 비율은 196%다. (주)동양(650%)과 동양네트웍스(723%)에 비해 현저히 낮다. 동양시멘트가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각각 2300억원, 300억 원 수준이다. 모두 내년 4월 이후 만기가 돌아와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사정과는 무관하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현 회장이 동양시멘트 경영권 유지를 위해 법정관리를 택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기존 경영진의 운신의 폭은 상당히 좁아진다. 하지만 법정관리는 DIP(기존관리인 유지) 제도를 통해 기존 경영진이 계속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이런 분석도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 한다. 동양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주)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의 법정관리로 현 회장이 그룹 지배력과 경영권을 이미 상실한 상태여서다. 현 회장 일가의 보유주식도 거의 대부분 담보로 잡혀 있다. 빚잔치가 끝나고 나면 재기가 가능한 종잣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동양 회사채 투자자 추가 피해 우려= 금융권에선 동양그룹이 시장에서 조달한 빚을 털어내려 법정관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이유는 없지만 뒤집어 보면 신청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며 "어차피 그룹이 해체돼 지배구조는 망가질 테고 사사건건 은행 간섭을 받느니 채무탕감이 쉬운 법정관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업종 특성상 법정관리에 따른 여파가 크지 않다는 점고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업기반 붕괴다. 부도기업으로 낙인찍히는 탓이다. 그러나 시멘트업종은 법정관리 중이라 해도 정상 가동을 하면 영업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협력업체가 많지 않아 시장에 주는 충격도 적다. 협력사가 1000여 개에 달하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동양시멘트의 협력업체는 60여 개가 전부다. 물려 있는 상거래채권도 100억 원이 채 안 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에게 추가 피해를 입혔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동양시멘트 회사채 등을 산 개인투자자는 약 5000명이다. 이들이 건지게 될 돈은 실사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법정관리 사례를 보면 웅진홀딩스 회사채는 50%, 극동건설 회사채는 10% 정도 돌려받는 것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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