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00억도 빠듯한데" 동양 풋옵션 1550억 '복병'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3.09.29 19:06

자금난 불거지자 재무 불확실성 요인으로…투자자 우려 고조에 전액 상환 요청 가능성도

매일 돌아오는 CP(기업어음) 등 시장성 차입금 상환 자금을 마련하느라 바쁜 동양그룹에 올해 안으로만 최대 155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풋옵션(조기상환청구) 자금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자금난이 본격화되면서 재무 불확실성을 높이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지난해 12월24일 발행한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5거래일 동안 조기상환 요청을 접수받는다.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청한 자금은 발행 10개월이 되는 오는 10월24일 상환해야 한다.

㈜동양은 그동안 1년6개월 만기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9~10개월이 지나면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풋옵션을 달았다. 한 시장 관계자는 "투자부적격(투기) 신용등급의 ㈜동양이 지난달까지 회사채를 안정적으로 발행할 수 있었던 데는 풋옵션의 기여가 컸다"며 "회사채를 판매할 때도 고금리와 풋옵션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달 초만 해도 ㈜동양은 발행규모의 절반 정도인 351억원가량이 조기 상환될 것으로 봤다. 최근 3년 동안 발행한 18차례의 회사채에서 조기상환 평균 규모가 37% 수준에 그친 데다 이달초까지 투자자 불안을 감안하더라도 상환 요청 규모가 54% 수준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설명이다.

㈜동양이 지난 27일 발행을 시도했다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취소한 회사채 650억원도 이달 30일 만기를 맞는 회사채 905억원 가운데 지난달말 회사채 발행으로 마련한 606억원을 제외한 상환자금 299억원과 조기상환 예상 자금 351억원을 감안한 규모였다.


하지만 마지막 지원군으로 여겼던 오리온그룹이 지원 불가 방침을 밝힌 지난 23일부터 자금난 우려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조기상환 요청 규모가 650억원 전액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다음달 24일 동양그룹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와 CP 규모는 770억원으로 늘어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이미 상당수 투자자가 조기상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이 이르면 이달 말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동양매직 매각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과 동양매직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KTB PE(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은 지난 27일까지 금융감독원에 PEF(사모펀드) 등록을 신청하지 않고 있어 이미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동양은 오는 10월 말에도 조기상환 일정을 맞는다. 지난 2월 말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11월22일 조기상환 지급을 앞두고 10월23~29일 조기상환 요청을 접수받는다. 이때도 전액 조기상환 요청이 들어올 경우 11월22일 CP 만기자금까지 1000억원의 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전액 조기상환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며 "매일 200억원 안팎의 만기 자금 상환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동양매직이나 동양파워의 매각에 차질이 생긴다면 동양그룹이 조기상환금까지 하루에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상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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