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명 휴직' 팬택 상암사옥 가보니, 화장실에…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3.09.30 05:19

"휴직자 발표날 눈물 바다"… '베가노트' 출시 앞둔 지금 분위기는

27일 오후 7시30분쯤 팬택 상암사옥. 박병엽 부회장이 쓰던 사무실에 불은 꺼져 있지만 다른 사무실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지난 27일 오후. 팬택 상암사옥은 썰렁했다. 상암사옥은 주변 상가가 발달하지 않아 평소에도 썰렁한 곳인데 이날은 으스스한 느낌마저 들었다.

800여명에 달하는 6개월 무급휴직 대상자는 이미 출근하지 않았다. 2600명에 달하던 직원의 오가던 상암사옥의 근무인원이 줄었으니 으스스한 느낌은 어쩌면 당연했다.

박병엽 부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고 무급휴직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 다음날인 25일 바로 무급휴직 대상자가 정해졌다. 속전속결이었다.

그날 저녁 회사 앞은 눈물 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누군가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남은 임직원이라고 편할 수 없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다. 무급휴직 대상사자가 정해지던 당일, 근처 술집에서 팬택 임직원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기자가 이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1층 스피드게이트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직원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커피숍에서 얘기하는 직원들의 표정에도 불안감이 보이지 않았다.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모두들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며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고 있었다.

팬택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27일 오후 6시가 넘은 시간 조직개편도 발표됐다. 5개 본부 1연구소 체제는 유지했다. 대신 효율성을 높였다. 별도로 있었던 실은 대부분 본부로 통합했다.


남은 직원들이 일상의 모습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곧 신제품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팬택은 10월 10일 전후로 신제품을 발표한다. 펜을 탑재한 15센티미터(5.9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베가노트'(가칭)다. '갤럭시노트3'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팬택의 설명이다. 펜과 지문인식 등 기술력과 제품력은 삼성전자 못지않다. 비록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팬택은 베가노트에 모든 역량을 쏟기 위한 전략 수립이 급선무다.

화장실에도 새로운 슬로건이 걸렸다. '승자는 시간을 관리하며 살고, 패자는 시간에 끌려 산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 현재 팬택에 딱 맞는 말이다. 아픔을 겪었지만 슬기롭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팬택의 의지가 담겼다.

팬택 관계자는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에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넋 놓고 있을 수 없다.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택호'를 이끌 새로운 선장 이준우 사장과의 만남을 시도했지만 아직 나설 때가 아니라고 피했다. 지난 24일 사내 게시판에는 충분한 내용이 담겼다. 이 사장은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다시한번 일어나야 할 때"라며 "팬택만의 독특한 DNA인 승부 근성으로 재무장하고 열정을 모아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오후 7시30분을 넘어 팬택을 나왔다. 박 부회장이 있었던 19층 사무실 불은 꺼져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무실은 여전히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팬택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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