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母子)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차남 정모(29)씨가 형을 숨지게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어머니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어 공범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씨는 24일 인천지방법원에 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오는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형은 죽였지만) 어머니는 죽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씨가 거짓진술을 했을 가능성과 실제 살해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씨의 부인 김모(29)씨가 시신 유기 현장에 동행했다고 진술해 관심이 모아진다.
인천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화해여행을 가자고 해 따라나섰는데 시신을 넣은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남편이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김씨가 지목한 장소 주변을 수색해 23일 강원도 정선에서 실종자인 어머니 김모(58)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경찰은 24일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피의자 정씨가 "모든것을 내려놓겠다. 형의 시신을 찾아주겠다"고 말하자 정씨를 대동해 경북 울진으로 가 장남 정모(32)씨의 사체도 발굴했다.
당시 발견된 장남 정씨의 시신은 3등분으로 절단돼 있어 충격을 줬다. 이에 대해 차남 정씨는 "내가 도저히 형을 들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의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할 때 피의자 정씨의 범행은 우발적이라기보다는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정씨는 고도의 계산 아래 형의 차를 이용하고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를 숨겼을 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어머니의 실종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기획, 실행했다.
또 정씨는 지난달 22일 최초 경찰에 긴급 체포될 당시 유치장에 함께 있던 안모씨에게 "엄마와 형을 죽였다. 혈흔도, 시체도, 증거도 없다. 시체를 유기했다"고 말하는 등의 대범함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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