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자금인출 '이틀새 2조', 당국은 '진화중'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심재현 기자 | 2013.09.24 17:44

개장부터 대기고객 밀려…오리온 지원 불가 발표 뒤 전날에만 5000억원 빠져나가

24일 오후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본사의 현금지급기에 고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동양그룹은 오리온에 동양증권을 매각하는 방안, 발전사업 지분 전체를 넘기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뉴스1


동양그룹 자금난 우려가 금융계열사인 동양증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불안감에 휩싸인 동양증권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이어지면서 이틀새 2조원이상 빠져나갔다.

형제관계인 오리온이 자금지원을 거절하면서 동양그룹 자금조달이 중대 고비를 맞은 가운데 동양증권 고객들이 펀드환매와 계좌출금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고객예탁자산은 안전하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자금인출이 이어지면서 국내 상위권 우량 증권사로 꼽혀온 동양증권의 영업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있다. 이는 동양그룹 정상화에 또다른 악재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오전 10시 동양증권 골드센터 강남점은 개점하자마자 밀려든 고객들로 북적였다.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고객들이 대기용 의자를 가득 채웠다.

자영업자 한모씨(55세)는 "창구직원을 만나는데 1시간을 기다렸다"며 "직원은 안전하다고 했지만 불안해서 다른 증권사로 옮기려고 돈을 모두 인출하고 계좌를 해지했다"고 말했다.

점심 무렵에 찾은 동양증권 금융센터 홍대지점 상황도 비슷했다. 오전부터 끊임없이 상담 업무를 진행했다는데도 대기자 번호가 70번대를 넘어섰다. 주부 김모씨(38세)는 "펀드는 이미 마이너스 상태라 일단 그냥 두고 CMA(종합자산관리계좌)는 다른 데로 옮기려고 전액 인출했다"고 말했다.

이날 동양증권 전국 영업점에는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의 방문과 문의가 이어졌다.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의 부도 우려가 커지면서 그룹 리스크와 직접 연결된 CP(기업어음)나 회사채뿐 아니라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ELS(주가연계증권)로까지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점에서는 고객들이 번호표를 받고도 1시간이상 대기하며 환매와 자금 인출하면서 예탁금이 무더기로 빠져나가고 있다. 일부지점에서는 ATM기기의 인출현금이 동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금융당국과 투자업계에 따르면, 23일 동양증권의 고객예탁금중 CMA 계좌에서 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또 이날 7000억원 이상이 인출돼 이틀만에 1조 4000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여기에 펀드환매액을 감안하면 이탈액이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오리온그룹이 동양그룹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게 결정타가 됐다.

현재 동양증권의 CMA RP(환매조건부채권)형은 2조원, 고객 예탁금은 5조원에 달한다. 동양자산운용의 수탁고는 지난 16일 기준으로 채권형이 2조5277억원, MMF(머니마켓펀드)가 1조9448억원, 주식형이 9675억원 등으로 약 7조원 규모다.

동양증권은 과거 종금업 면허를 갖고 있던 시절 예금자보호를 앞세워 업계에서 가장 많은 CMA 계좌를 확보했지만 2011년 종금업 면허를 반납하면서 광범위하게 적용됐던 예금자보호 범위가 줄었다.


현재 동양증권이 판매하고 있는 W-CMA계좌는 RP나 MMW(머니마켓랩), MMF의 자동투자옵션을 설정한 상품으로 이 옵션 중 하나라도 설정할 경우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다. 예금자보호를 받으려면 CMA 계좌에 아무런 옵션도 설정하지 않고 증권금융의 예탁금 제도만을 이용한 기본통장 상태로 예금을 보유해야 한다.

다만 과민 반응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좌를 해지하거나 예금을 인출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CMA라도 편입할 수 있는 자산이 국공채, 증권금융예탁, 우량 회사채 등으로 한정돼 있어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ELS(주가연계증권)와 DLS(파생결합증권) 역시 국공채와 예금 등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된다. 펀드를 통해 주문한 주식이나 채권의 경우 공기업인 예탁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예치돼 있고 주식 계좌에 남은 투자자예탁금도 증권금융에 예탁돼 정부가 100% 보호한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동양증권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처하더라도 원금을 보전해주는 예금자보호와는 다른 방법이지만 CMA를 통해 투자한 주식과 채권 등이 예탁원 등에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마치 저축은행 사태당시 뱅크런과 비슷한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관련법령에따라 대부분 보호되는데 최근 언론보도로 동양그룹 위기설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낀것같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나친 불안감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김건섭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양증권의 금융투자상품과 고객예탁금은 증권금융과 예탁결제원에 별도로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며 "동양그룹이 위기에 처해도 동양증권 투자자의 예탁금이 사용되거나 예탁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이 잦아들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자금 이탈 규모가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에 따라 언제든 이탈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동양그룹 일부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고객들의 우려가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태도를 두고도 늑장대응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양그룹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움직임이 실제로 나타나서야 나선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동양증권 한 고객은 "금융당국이 미리 위험성을 알리든지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도록 관리했어야지 이제 와서 고객들에게 안심하라고만 하면 신뢰가 가겠냐"며 "몇 년 전 저축은행 사태 때 늑장대응으로 홍역을 치르고서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4일 자산운용업계 대표와의 간담회를 마친뒤 기자와 만나 "동양증권은 우량회사이고 고객이 동요할 이유가 없다"면서 "자금 유출이 일어나고 잇지만 CMA는 안정된 자산이 백업돼 있어 중도환매까지 하면서 할(돈을 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양그룹에대한 추가 금융지원은 채권단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2. 2 "술집 갔지만 술 안 마셨다"는 김호중… 김상혁·권상우·지나 '재조명'
  3. 3 "한국에선 스킨 다음에 이거 바른대"…아마존서 불티난 '한국 세럼'
  4. 4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5. 5 '말 많고 탈 많은' 김호중의 수상한 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