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자소서' 작성에 추석도 반납한 구직자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 2013.09.23 12:59

추석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공채 준비로 연휴도 반납…난감한 항목에 당혹

지난 5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13청주ㆍ청원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반기 공채 시즌이 시작되면서 추석 연휴 때도 자기소개서 작성 등 취업 걱정으로 마음 편히 쉬지 못한 구직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자기소개서 작성 시 아르바이트 당시 직속상급자 성명과 휴대전화 번호 등을 요구, 구직청년들을 두 번 울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취업을 준비 중인 강모씨(28)는 이번 추석이 가장 고달팠다. 추석이 끝나자마자 각종 대기업이나 은행 공채가 시작되면서 자기소개서 작성 준비 등 평소보다 신경 쓸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신경이 곤두서 있는 강씨를 지켜본 부모님도 아들이 추석 연휴 친척들을 만나기보단 취업준비에 집중하라고 격려하고 나섰다. 강씨는 "하반기 취업공채를 준비하기 위해 연휴 중에도 공채준비자들끼리 만나는 모임도 이뤄진다"며 "친척들도 요즘 취업이 워낙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이해해주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에 쉬지 못한 취업준비생들은 자소서를 작성하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이 만만찮다고 입을 모은다. 자소서를 처음 써보는 강씨의 경우 하루 종일 취업뽀개기 등 취업정보 카페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다니며 추석 연휴를 보냈다. 지원 동기를 생각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린다는 것.

23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3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한 기업 자소서 작성시간'에 대한 질문에 '2~3일에 걸쳐 조금씩 작성한다'는 대답이 45.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3시간 이상~5시간 미만'(27.6%)이 뒤를 이었다. '1시간 이상~3시간 미만'의 응답은 18.2%에 머물렀다.

연휴까지 반납하면서 자소서 작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소서 항목에 작성할 내용이 쉽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직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도 '해당 항목에 어떤 내용을 써야할 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60.4%)으로 조사됐다.


추석 연휴 인터넷 취업사이트에도 자기소개서 작성으로 연휴를 보낸 취업준비생들이 자소서가 아닌 '자소설'을 작성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난감한 자소서 항목을 공유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도 잇따른다.

누리꾼들은 입사 지원동기에 대해서도 "먹고 살려고", "돈 벌고 싶어서" 라고 솔직하게 쓰고 싶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거짓말인줄 알고 있는 이상한 자소서"란 글도 보인다.

예상치 못한 항목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이랜드 같은 기업의 경우 자소서 항목에 전 직장 또는 아르바이트 당시 직속상급자 이름과 연락처 직함 등을 요구해 구직자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특별한 경험을 강조하는 기업도 많아 처음 자소서를 접한 구직자들은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결국엔 구직자들이 '소설'을 지어낼 수밖에 없고 돈을 내고 자소서 첨삭까지 받는다는 하소연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명절까지 반납하고 '자소설'을 작성하는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캐나다나 호주처럼 자소서 항목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한 해외취업업체 관계자도 "캐나다나 호주의 경우 A4 1장 규모로 근무 경험(work experience), 즉 어떤 일을 해봤고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묻는데 그친다"며 "지나치게 개인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항목이나 성장배경 항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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