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투자자·기업, '왕서방' 주머니 노린다

머니투데이 샤먼(중국)=조철희 기자 | 2013.09.30 10:27

세계 최대 투자상담회 CIFIT…"큰손 중국 돈줄 잡아라", 각국 정부·기업 대거 참여

▲제17회 CIFIT 개관식 모습
글로벌 경제의 '큰손' 중국으로 전세계 투자자들과 정부, 기업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막대한 규모의 외환보유고와 투자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는 이들과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기회의 땅'에 진출하려는 이들이 모두 한 데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해외직접투자(ODI) 총액이 878억달러(약 94조8700억원)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대외투자국인 중국은 오는 2017년이면 대외투자 규모가 투자유치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돈줄을 찾는 투자자와 기업들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경향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상담회인 중국국제무역투자상담회(CIFIT)다.

17회째인 올해 CIFIT에서는 총 1386건(추정치)의 투자 및 무역 프로젝트 계약이 성사됐다. 자금 규모는 무려 4206억위안(약 74조3200억원)으로 지난해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입액 99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무려 7배다. 행사 기간 단 나흘 동안 전세계 118개국에서 1만5000여명이 참여해 대성황을 이뤘다. 세계는 지금 '왕서방' 중국의 돈줄을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CIFIT 전시관의 중국 각 성 홍보관마다 많은 관람객들이 지나고 있다.
◇양방향·원스톱 투자 플랫폼=CIFIT은 주로 중국에서 투자 유치를 노리거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찾으려는 기업들이 참여한다. 중국의 해외 투자와 해외의 중국 투자가 동시에 이뤄지는 양방향 투자상담회다. 또 드넓은 중국 대륙의 각 성(省)이 한 데 모여 서로 필요한 투자 계약을 맺는다. CIFIT은 마치 '중매'를 서듯 투자자와 투자 수요자를 현장에서 '원스톱'(one-stop)으로 연결한다.

CIFIT 행사장인 샤먼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총 전시 면적이 10만 제곱미터가 넘는다. 전세계 각 국이 이곳에 상담 부스를 열어 투자 환경과 정책 등을 홍보하고, 기업들은 전시 부스를 열어 상품을 전시하거나 투자 유치 홍보를 벌인다.

중국 상무부가 주최하고 국무원 심사를 거쳐 매년 9월8일부터 11일까지 샤먼시에서 열리는 CIFIT은 1997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7회째를 맞았다. 지난해까지 투자 프로젝트 체결 건수는 무려 1만5000건(1300억 달러, 140조원 규모)이 넘는다.

CIFIT에서는 중국 투자자들의 대외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에는 이같은 '외부 투자'(outward investment) 계약이 215억 위안(약 3조8000억원) 규모로 체결됐다. 우리나라 한해 전체 FDI 순유입액 3분의 1 규모가 단 나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아울러 중국 투자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CIFIT은 관문의 기능을 해주고 있다. 쓰촨성 홍보관의 양한 SSCEFI(Sichuan Service Center for Enterprises with Foreign Investment) 투자촉진부장은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쓰촨성의 값싼 노동력 등 투자 환경에 대해 문의를 해온다"며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원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CIFIT은 필수 관문"이라고 말했다.

CIFIT이 열리는 샤먼은 지리적으로 대만·홍콩·마카오와 가까워 이 지역 참가자들이 많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대만과 홍콩에 이어 미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가장 많다. 올해에는 북미와 유럽에서 250명의 방문단이 공식적으로 참여했다. 대만과 홍콩, 마카오 방문단 111명보다 많은 규모로 중국에 쏠린 선진국들의 관심을 반영한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금융센터(IFC), 세계투자진흥기관연합(WAIPA) 등 글로벌 주요 경제 기구들도 CIFIT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CIFIT 전시관 내 마련된 한국 홍보관
◇왕서방 상대로 IR·PR 경쟁 치열=CIFIT이 17년째 이어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투자 관련 이벤트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미흡한 편이다. 올해엔 중국 기업 상장 관련 이벤트에 한국거래소가 참여한 정도다. 아직까지 CIFIT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의 기회를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왕치옹원 샤먼시 회의전람사무국장은 "CIFIT은 크고 의미 있는 행사"라며 "정치적 갈등이 있는 일본의 기업들도 홍보관을 열고 있는데 가까운 이웃인 한국의 기업들은 참여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참여는 아직 없지만 한국은 지난 2010년부터 코트라가 한국투자홍보관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까지 해외투자거점무역관인 광저우무역관이 맡아 오다 2011년 신설된 샤먼무역관이 올해부터 주관하기 시작했다.

김신아 코트라 샤먼무역관장 "올해 처음으로 샤먼무역관이 CIFIT 한국 홍보관을 맡은 만큼 보다 내실 있고 효과적으로 운영하려 노력했다"며 "한국의 투자 환경을 중국 및 해외 투자자들에게 홍보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들의 투자 관련 정보도 수집하고 글로벌 투자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홍보관에는 하루 평균 약 100명의 해외 투자자들이 방문했다. 샤먼트러스트트레이드(물류), CNECC(에너지), FMEEIA(설비) 등 여러 중국 기업들이 한국 진출과 투자를 문의했다. 올해에는 특히 산업통산자원부도 충북과 부산진해 등 경제자유구역(FEZ) 사업단을 이끌고 참여해 CIFIT이 투자 유치와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본격 활용되기 시작했다.

강환일 산업통산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정책기획팀 사무관은 “경제자유구역의 투자 유치를 위해 최근 보다 적극적인 투자 홍보를 계획하고 있었다”며 “코트라와 함께 CIFIT에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CIFIT에서는 수십개 국가들의 IR(투자설명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특히 중국이 전략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 정부와 기업들이 열띤 홍보전에 나섰다. 아니 알-루샤우드 요르단투자청 CEO는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 여력을 지닌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요르단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며 "CIFIT에서 IR을 통해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을 얻었다"고 전했다.

한국 대표로 IR 발표에 나선 김명수 코트라 투자홍보팀장도 "한국 투자에 대한 홍보를 비롯해 올해 CIFIT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과도 함께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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