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종교 때문에 제사 거부, 이혼사유 되나?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 2013.09.16 07:00
며칠 후면 추석이다. 명절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집안 갈등의 불씨가 있으니 바로 기독교를 믿는 며느리의 제사참여 문제다. 제사 참여를 우상 숭배로 여기는 것이 대다수 기독교 교파의 공식적인 입장. 때문에 제사 지내는 집안에 시집간 기독교인 며느리들은 명절 때만 되면 신앙이냐, 집안의 평화냐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번민한다. 집안 어른들도 예수 믿는 며느리가 제사 안 지낸다고 분란을 일으킬까봐 마음을 졸이곤 한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며느리가 제사음식 만들기에는 참여하되, 절은 하지 않는 정도에서 양측의 암묵적인 타협이 이루어져서 명절을 넘기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만약 어느 쪽이라도 이 암묵적 타협선 이상을 상대방에게 요구하거나, 기독교인 며느리에게 제사가 넘어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대분란이 일어나고, 때로는 이혼위기까지 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종교 때문에 조상 제사를 거부하는 것이 이혼사유에 해당할까. 법률적으로는 신앙을 이유로 제사를 거부한 처를 상대로 남편이 이혼소송을 냈을 때 법원이 남편의 청구대로 이혼판결을 내려줄 것인가, 이를 인정한 판례가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왔던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개의 판례가 존재한다.

판례들에서 나타난 상황은 대체로 이러하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여성이 제사를 지내는 집안의 남성(대체로 장남)과 결혼한다. 결혼 후 여성은 다른 가사는 소홀히 하지 않지만, 신앙을 이유로 제사를 거부한다. 며느리의 제사거부로 시부모와 갈등이 생기고 이것이 남편과의 갈등으로 번진다. 남편의 폭행이나 아내의 가출(혹은 둘 다)사태가 발생, 부부관계는 파탄되고 결국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제사거부를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한다.


신앙 때문에 제사를 거부한 아내가 잘못인가, 아내의 신앙을 무시하고 제사를 강요한 남편이 잘못인가. 이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법원은 ‘신앙심의 외부적인 실천행위가 혼인 및 가정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것일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다. 기준이 ‘신앙생활의 과도성’ 여부에 있는 것이다.

즉, 부부 중 한 쪽의 신앙이 다소 가정생활과 갈등을 일으키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도하지 않다면 재판상 이혼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전제 위에서 판례는 대체로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가고 그 교리에 따라서 제사의식에 참여하지 않은 정도로 신앙생활을 한 것은 재판상 이혼사유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2011년 초, 설날에 제사를 지내지 않고 교회에 간 아내를 상대로 한 이혼판결이 나와서 제사거부가 이혼사유가 되는 것처럼 보도된 적이 있는데, 판례사안을 자세히 보면 제사거부 자체 보다는 부부관계가 회복불가능 상태로 파탄되었다는 점이 이혼판결의 주요한 근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판례만을 놓고 제사거부가 이혼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각설하고, 한국의 기독교가 제사를 국기에 대한 경례와 동급이라고 인정해주거나 조상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의 상황이 도래하기 전까지 신앙과 제사문제는 많은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지뢰로 남을 예정이다. 결혼을 앞둔 분들, 특히 다른 종교를 가진 상대와 교제하는 분들은 자신이 이 지뢰를 피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하여 결혼을 결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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