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주식 투자자들이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의 경제 예측이 과연 믿을 만한 걸까? 이 질문에스탠포드 대학 경영학 교수이며 베스트 셀러인 『Fortune Sellers』의 저자인 윌리엄 셔던(William Sherden)는 1970년부터 1995년까지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경제 예측을 분석하여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셔던 교수는 여기서 소위 아이비 리그 일류 대학 출신의 경제학 박사들 뿐만 아니라 최신의 데이터와 분석방법을 갖춘 권위있는 경제 예측기관까지 모두 망라해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들 경제학자들의 예측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naive) 추측을 비교자료로 사용했다. 그가 사용한 단순 추측은 미래의 경제지표가 오늘의 수치와 똑같다고 가정한 것.
그런데 셔던 교수가 발견한 것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우선 경제학자들의 예측 능력은 단순 추측(guessing)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연방준비위원회(the Federal Reserve),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the Council of Economic Advisors), 의회 예산국(the Congressional Budget Office) 등 경제를 직·간접적으로 주물럭거리는 기관의 예측 능력은 단순 추측보다 더 나빴다.
또한 아이비 리그 출신 경제학 박사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꾸준하게 정확성을 가진 경제 예측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보수나 진보 학파 어느 진영도 지속적으로 뛰어난 경제 예측을 내놓는데 실패했다. 더 정교한 분석방법이 도입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여러 경제학자들의 컨센서스도 크게 나은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
게다가 객관적이어야 하는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다분히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일부 경제학자는 상황에 상관없이 늘 낙관적인(optimistic) 예측을 내놨고, 반대로 어떤 경제학자들은 늘 부정적인(pessimistic) 예측만을 쏟아 냈다.
그 중에서 셔든 교수가 가장 놀란 것은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이 경제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사대상 48명의 경제학자들 가운데 46명이나 터닝 포인트를 맞추지 못했다.
경제학자가 3%의 경제 성장을 예측했지만 실제로 경제가 2%나 4% 성장한 경우엔, 주식 투자의 성과에 큰 차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지거나 반대로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 경제가 반등(turn-around)했을 때에는 주식 투자자가 소위 ‘멘붕’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여름내내 나돌던 9월 위기설을 믿고 숏 포지션(short position)을 취했던 주식 투자자들은 9월 들어 나타난 예상치 못한 랠리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
2009년 미연방준비은행-세인트 루이스의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맥크랙켄(Michael McCracken)이 분석한 프로페셔널 이코노미스트들의 경제 예측력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그가 1981년부터 2007년까지 26년간 프로페셔널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놓은 경제 예측의 정확도를 살펴본 결과, 유독 경기 침체기 때 경제학자들이 틀린 예측을 내놓은 경우가 무려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투자자들이 언제 주식을 사야 하는지 가장 알고 싶을 때 경제학자들의 예측력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악화된다는 점은 주식투자자를 슬프게 만든다.
올해 9월 위기설과 9월의 깜짝 증시 랠리도 경제학자들의 엉터리 예측 사례에 또 하나 추가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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