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골목 법안, 의욕 잃은 유통업계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민동훈 기자 | 2013.09.11 06:20

규제성 법안만 10여건…현상유지 강요에 사업의지 추락


"성장이 없는 기업은 죽은 기업입니다. 투자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늘리고, 재투자를 해서 성장하는 것이 기업을 운영하는 본질입니다. 현상만 유지하려고 사업하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한 대형유통업체 임원은 요즘 사업할 의지를 아예 잃었다고 말한다. 이중삼중 규제에 과잉 의원입법까지 너무 얻어맞아 정신 차릴 새가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골목상권 보호에서 시작된 관련법의 잇단 입안은 갑을 논란을 타고 그 규제 범위와 압박 정도가 한결 심해졌다.

유통업계가 유독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표'와 '인기'를 의식한 이른바 여론몰이 수준의 법 입안이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법안이 소모적 논쟁만 부추길 뿐 현실성이 없는데다 지나치게 한쪽 주장만 반영하고 있다.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중복 입법 논란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심의 중이거나 발의 대기 중인 유통업 경제민주화 법안은 10건 정도로 이들 법안 중 상당수는 이름만 들어도 '닮은 꼴'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 △대규모 유통업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 보호법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거의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이다.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 임원은 "상위법과 상충되는 법률 개정안은 물론이고 기존 법률과 중복되는 입법안이 대부분이어서 낭비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움직임을 보면 기업할 의지조차 사라진다는 말이 실감난다. 지난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출점 규제와 의무 휴업이 도입된 데 이어 최근에는 상품공급점 확장도 금지하는 내용으로 규제가 강화될 조짐이다.


출점과 주말 영업 금지로 판로를 차단 당한 유통업체가 상품공급점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자 일찌감치 법 개정에 나서 이 가능성을 원천봉쇄할 태세다.

법안이 여론과 정서에 치우친 채 현실과는 동떨어진 무리한 규제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도 유통업계의 걱정거리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경우 편의점 업태의 가장 큰 특징인 '24시간 영업'을 점주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아울러 예상 매출액을 사전에 공개해 가맹본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보장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점주의 영업 의지나 점포 관리 능력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매출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신규 가맹점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 정서를 이유로 골목상권 보호라는 본래 취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법안이 적지 않다"며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무조건 법으로 지정해 창구 자체를 열지 않겠다는 것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권력 남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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