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뛰면 펀더멘탈이 변한다…"Real~ly?"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3.09.07 07:30

[행동재무학]<30>피드백 모델, 펀더멘탈과 주가의 인과관계를 뒤집다

편집자주 |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주식을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얘기는 한번쯤은 들어 봤으리라. 이는 기초자산의 영향을 받는 파생상품이 오히려 기초자산의 가격에 영향을 줄 때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주가가 펀더멘탈을 바꾼다’는 말은 생소하게 들릴까? 주식 투자자에겐 펀더멘탈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반대로 주가가 펀더멘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엔 고개를 갸우뚱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동재무학의 피드백 모델(feedback model)은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모델을 주장한 UC-Irvine(캘리포니아 주립대-어바인)의 허쉬라이퍼(Hirshleifer) 교수의 이름을 따서 그냥 허쉬라이퍼 모델(Hirshleifer model)이라고도 불리는 피드백 모델은 마치 ‘꼬리가 몸통을 흔들 듯’ 주가가 펀더멘탈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Real~ly?”

피드백 모델을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비이성적인 노이즈(noise) 트레이더로 인해 A회사의 주가가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적정가치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효율적 시장가설(EMH)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A회사의 주가는 머지않아 적정가치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피드백 모델은 A회사의 주가가 크게 움직이면 A회사와 관련된 사람들(종업원, 고객, 부품업체 등)이 A회사의 주가 변동에 고무돼 A회사와 관련된 의사결정(노동, 구매, 부품공급 등)을 조정하게 되고, 결국 이들의 새로운 의견이 A회사의 펀더멘탈에 피드백(feedback) 되면서 A회사의 적정가치가 변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예를 들면, A회사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 종업원은 이에 고무돼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혹은 더 좋은 인재가 A회사에 입사 지원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결국 A회사의 펀더멘탈은 향상되게 된다.

고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A회사의 주가가 많이 오르는 걸 지켜 본 고객은 A회사의 제품이 우수하다고 판단을 내려 A회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객이 많아질수록 A회사의 매출과 이익은 증가하게 되고 결국 펀더멘탈이 좋아지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A회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위에서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 행동재무학 모델이 흥미로운 것은, 주가 움직임이 피드백 효과를 통해 회사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준다는 데 있다. 즉 펀더멘탈이 변해야 주가가 움직인다는 통상적인 관념을 확 뒤집어 놓은 것이다.

또한 최초에는 비이성적 노이즈 트레이더에 의해 A회사의 주가가 변동됐다 하더라도 이러한 주가 움직임이 A회사와 관련된 이성적인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이들의 변경된 의견이 결국 A회사의 펀더멘탈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다시 말하면, 노이즈 트레이더는 효율적 시장가설(EMH)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자본시장에서 무의미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허쉬라이퍼 모델은 비이성적 노이즈 트레이더는 단지 자본시장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피드백 효과를 통해 생산계획이나 자원배분 등 실물 경제(real economy)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피드백 모델은 90년대말에 있었던 닷컴 버블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당시는 인터넷 광풍으로 인터넷 관련주의 주가가 수십일씩 연속 상한가를 치던 때였다. 전통적으로 회사의 기업가치는 이익에 근거해 추정됐는데 닷컴 버블 당시 모든 인터넷 관련 회사는 이익을 내기는 커녕 대규모 손실을 입고 있었다. 따라서 전통적인 기업가치 테크닉으론 도저히 단기간에 수백 퍼센트씩 오르는 주가를 정당화할 수 없었다. 당연히 펀더멘탈을 즉시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효율적 시장가설(EMH)로는 이러한 닷컴 버블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피드백 모델은 이 현상을 피드백 효과를 통해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피드백 모델은 단지 행동재무학의 이론에 불과하다고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90년대말 닷컴 버블처럼 주식시장에선 효율적 시장가설(EMH)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이상현상(anomaly)들이 행동재무학으로 곧잘 설명된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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