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 소문 진짜예요?"라는 질문이 나오면 김 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물론 여자 친구 역시 이런 김 실장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다. 지금은 대중화된 증권가 '찌라시'도 김 실장의 단골 레파토리였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딴딴라'라며 경외시되던 연예계가 한류 바람을 타고 하나의 산업으로 우뚝 서면서 업계 종사자들의 자부심도 높아졌다. 김 실장의 여자 친구 역시 "애인은 무슨 일 해"라는 친구들의 질문에 아무런 꺼리낌없이, 아니 오히려 자랑스럽게 "응, 연예기획사에 다녀"라고 말했다.
김 실장과 여자친구는 그렇게 알콩달콩 사랑을 키웠고 마침내 결혼 날짜를 잡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막상 결혼 날짜를 잡으니 여자 친구의 친구들이 이전과는 180도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예쁜 여자 연예인만 보면 니가 성에 차겠어", "바람나지 않을까 단속 잘해야겠다", "밤샘 촬영 때는 차에서 같이 있는 거 아냐" 등 연예계 종사자에 대한 색안경을 낀 발언들을 쏟아냈던 것.
여자 친구 부모님께 첫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 예비 장인 장모가 보인 반응은 김 실장을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예비장모는 "혹시 자네 외박을 많이 하나?"며 조심스럽게 물었고 예비장인 역시 "자네가 키웠다는 그 가수의 인기가 떨어지면 회사도 위험한 거 아닌가?"라며 예비 사위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이날 '압권'은 얼마전 터졌던 연예 기획사 사장의 연습생 성추행 사건이 화두에 오른 것이다. 예비장인은 "뉴스를 보니 연예 기획사에서 안좋은 사고가 났던데..."라며 말을 꺼냈다.
김 실장의 등줄기엔 땀이 흘렀다. 김 실장은 "그건 일부 기획사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이미 방안의 공기는 무거워질 데로 무거워진 상태였다. 연예계의 각종 스캔들과 사건사고들이 신문을 장식하면, 비단 김 실장 뿐 아니라 연예계 종사자들에겐 '너도 그런 것 아냐'라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김 실장은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밤새워 여자친구의 부모님에게 현재 엔터 업계의 현황 및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장문의 글을 써서 보냈다.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하는 사람은 로드 매니저고 자신은 연예인들의 작품 선정 및 브랜드 컨설팅 역할을 한다는 점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드렸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 승낙은 받았지만, "'딴따라'라는 소리 듣지 않게 노력하게"라는 예비장인의 그날 마지막 말은 여전히 가슴에 묵직하게 남아 있다.
몇 달 뒤 열린 김 실장의 결혼식은 어떤 결혼식 보다도 눈부시고 화려했다. A 기획사의 연예인이 총 출동해 마치 연말 시상식을 방불케 했다. 간판스타가 직접 식장에서 김 실장의 장인장모 손을 잡고 "김 실장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는 일화는 두고두고 업계에 회자된다.
김 실장이 자신의 결혼식에 화려한 스타들을 대동한 것은 아마도 처갓집 식구들에게 엔터업계의 화려한 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오기'도 있었을 것이다. 엔터업계 종사자들 입장에선 여전히 사람들에게 '흥미거리'나 '재밋거리'로만 인식되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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