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소득공제 늘린다고?…혜택보는 사람은 '0.4%'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3.09.05 16:50

[조세 '사각지대' 부동산 전·월세시장]<2>국세청도 모르는 임대수익 과세

 #서울 여의도 소재 증권사에 근무중인 김호민씨(32·가명)는 3년전 결혼, 영등포구 당산동 인근 빌라에 보증금 1000만원, 월 60만원을 내고 세들어 살고 있다. 연봉 5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에 해당돼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집주인과 계약당시 소득공제를 받지 않기로 약속했다.

 여러채의 빌라를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이 월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다. 대신 집주인은 세입자들한테 매달 3만~5만원 가량의 TV·인터넷 사용료를 보조해 주고 있다.

 김씨는 소득공제를 받는 것보다 관리비 면제가 더 큰 이익이란 생각에 흔쾌히 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지난 세법 개정안이나 정부 대책을 보면 월세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소득공제 범위 확대 등의 혜택을 주고 있지만 실상은 혜택볼 수 있는 세입자들이 별로 없는 유명무실한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월세 세입자를 지원하기 위해 월세 소득공제율을 기존 50%에서 60%로 올리고 소득공제 한도 역시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8·28 전·월세대책'을 발표했다. 월세 소득공제율과 공제 한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연말정산때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신청할 경우 집주인이 과세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소득공제를 신청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정부가 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이란 지적이다.

 ◇월세 세입자 폭증하는데 소득공제 신청자는 감소

 5일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0년 소득공제 신청자는 1만4939명에 불과했다. 소득공제 신청금액은 144억100만원으로, 1인당 96만4000원이다. 한달에 10만원도 안되는 월세에 대해서만 소득공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수치는 2011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해 월세 소득공제 신청자는 1만4810명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129명 줄었고 신청금액만 149억9200만원으로 다소 늘었다. 지난해 수치는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반면 2010년도 월세가구는 약 372만가구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경우는 불과 0.4%에 그쳤다. 국토교통부가 2년마다 조사하는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가 보유율은 58.3%이며 자가 점유율은 53.8%다. 나머지 46.2%는 전·월세로 거준하는 셈이다.


 수도권의 경우 월세(보증부월세 포함)로 거주하는 가구비율은 지난해 23.0%로, 2008년의 17.6%에 비해 5.4%포인트나 늘었다. 즉 4가구 중 1가구 꼴로 월세주택이지만 정작 소득공제를 받는 가구는 극소수다.

1980~2010년 자가·전세·월세 구성비 추이. /자료제공=통계청

 ◇국세청도 모르는 임대수익 과세…정부가 '탈루·탈세' 조장?

 그렇다면 월세 등 임대수익에 대한 세금은 얼마나 걷히는 것일까. 국세청은 이에 대한 과세 자료를 별도로 만들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부동산 임대수익은 사업소득에 포함돼 함께 계산되고 있어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회의원들도 임대수익에 대한 과세를 알아보기 위해 해당 자료를 요청했지만 줄 수 없었다"며 "현행 프로그램으론 임대수익에 대한 세금만 따로 떼어내 산출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과세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다보니 임대업자들의 '탈루·탈세'를 정부가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상업용 건물 등의 임대 현황, 보증금과 임대료 상황, 임대소득세 과세 실태 등의 기초 통계 파악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용석 장대장연구소 대표는 "세금을 얼마나 납부하고 얼만큼 거둬들이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을 만큼 허술한 상황이니 어느 누가 신고를 정확히 하겠냐"며 "임대사업자의 과세를 투명하게 해야 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
  4. 4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
  5. 5 "연락 두절" 가족들 신고…파리 실종 한국인 보름만에 소재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