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지휘자' 벗은 60세 거장, 후배양성 나선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3.08.21 19:45

서울시향 전문음악가 양성 프로젝트···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 마스터클래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차세대 마에스트로 육성 프로젝트 '지휘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재능있는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자는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배운 것을 잘 섞어서 자신의 요리로 만드는 사람이죠. 좋은 오케스트라를 만나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이사 박현정, 이하 서울시향)은 전문음악가 양성을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인 신진 지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휘 마스터클래스'를 다음달 2일 개최한다. 정명훈 예술감독(60)의 오랜 숙원이기도 한 차세대 지휘자 발굴 및 육성 프로젝트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정 감독은 2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주 있는 지휘자를 찾아내 이끌어주고,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젊은 지휘자들을 어떻게 도와주고 키울까 생각했는데, 제 나이 예순이 되는 올해에 후배들과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는 지휘자는 모두 6명으로 박준성, 백윤학, 서 진, 최수열, 홍석원, 리오 쿠오크만이다. 이들은 서울시향과 공익 공연을 통해 호흡을 맞춘 적이 있거나 해외 객원 지휘자의 추천을 받은 지휘자들이다.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을 각자 30분씩 지휘하고, 정 감독이 조언과 노하우를 전한다.

정 감독은 "지휘는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26세였던 1979년,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시절 보조지휘자를 맡았다. 앞서 19세(1972년)에 국내 교향악단을 이끌고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연주한 바 있으니, 지휘봉을 잡은 세월이 어느덧 40년을 훌쩍 넘긴 것.

그런데 그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젊은 지휘자'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했다. 시작하기는 쉽고 신이 나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지휘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지휘 테크닉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딱 1분이면 됩니다. 네 가지 박자 세는 것만 보여주면 되거든요. 하지만 그걸 제대로 익히려면 30년을 노력해야 합니다."


정 감독이 생각하는 지휘자의 요건은 무얼까. 그는 지휘자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로 '리더십'과 '퀄리티'(우수한 자질)를 꼽았다.

"음악적 재능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좋은 지휘자가 되려면 성격, 인격, 리더십이 고루 갖춰져야 하죠. 이 재능을 모두 갖추어 조화를 이루는 후배를 찾고 싶습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의 목적은 이런 자질을 갖춘 지휘자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오케스트라와 연계시켜주면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 감독은 젊은 지휘자들이 무엇보다도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들에게 지휘를 잘 맡기지 않는 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시향도 연주일정이 바쁘고 수준이 올라가 아무에게나 연습 경험의 기회를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일종의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처음 지휘를 시작했을 때 뉴욕의 학교에서 배웠고, 이탈리아에서도 경험을 했고, 폰 카라얀이 뉴욕에 왔을 때 거기서도 배웠죠. 이번 프로젝트가 젊은 지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오는 29~30일 이틀간 진행할 '말러 교향곡 9번' 녹음 계획도 밝혔다. 이는 도이체 그라모폰과 서울시향의 일곱 번째 녹음이며, 2010년과 2011년에 선보인 말러 교향곡 1번과 2번에 이어 세 번째 말러 교향곡이다.

"오케스트라에게 말러 9번 이상의 도전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곡입니다. 이 곡을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녹음한다는 것은 서울시향이 그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평생을 청중들 앞에서 오디션 보는 것, 힘들지만 그것이 음악인의 생활이라고 말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그가 보여준 오디션으로 수많은 관객들이 행복했고, 한국 클래식음악계도 성장했다. 이제 그가 격려하는 젊은 음악가들이 더 활발하게 오디션을 치를 때가 아닐까. 이번 마스터클래스가 그 시작인 셈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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