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스테마 운동과 한국의 엘리트 음악 교육

머니투데이 MT교육 정도원 기자 | 2013.08.15 17:49

특별강연회 뒤의 자유토론·질의응답 시간에 불거져

13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함께 키워가는 엘 시스테마' 특별강연 이후 열린 질의응답에서 아리스티데 리바스(맨 오른쪽)과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니콜라스 레알, 마크 처칠, 안라영. /사진=정도원 기자
'함께 키워가는 엘 시스테마'라는 주제로 13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마크 처칠 엘 시스테마 USA 감독의 특별강연회가 있었다. 이후 진행된 자유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에는 엘 시스테마 운동에 자녀를 참여시키고 있는 학부모의 질문이 쏟아졌다.

전문적인 음악인 양성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기보다도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음악 교육을 통해 올바른 사회화를 유도하고 건전한 사회적 달성을 성취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인 엘 시스테마 운동과, 어릴 때부터 음악 연주를 통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엘리트 음악 교육간의 괴리와 간극 극복이 과제로 지적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체육·스포츠 교육에서 종래의 엘리트 운동부 중심의 교육을 극복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음악 교육 또한 문·예·체 교육운동의 한 지점으로써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음은 특별강연 이후 있었던 질의응답. 마크 처칠 감독의 특별 강연 이후의 자유토론과 질의응답에는 마크 처칠 감독과 통역을 맡았던 안라영 박사 외에도 엘 시스테마를 통해 영감을 받고 음악 공부를 시작한 플루티스트 니콜라스 레알과 첼리스트 아리스티데 리바스가 참여했다. 레알과 리바스는 내한 기념으로 오는 20일 오후 7시 30분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엘 시스테마를 확산해 나감에 있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베네수엘라에 갔다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고, 그 정신만을 갖고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분은 엘 시스테마에서 음악을 접한 뒤 미국에서 정통의 음악 교육 과정을 밟았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정통 과정을 밟은 사람들이 엘 시스테마에 역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정규 학위를 밟으면서 어릴 때 내가 엘 시스테마를 접한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처음 악기를 받자마자 나는 그 날부터 리허설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정통의 교육 과정에서는 악기를 어떻게 연주하는지 오랫동안 배워야만 리허설에 투입된다. 엘 시스테마에서는 연주를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뤄가는 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다(아리스디테 리바스).

▶정규의 교육 과정이라면 음악 교육은 10년은 받아야 한다. 나는 10세 때 카라카스 오케스트라의 멤버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첫 연주회를 하게 됐었다. 1980년의 일로, 대단히 흥분되는 경험이었다(니콜라스 레알).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의 학부모이다. 창단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데, 아이는 음악을 좋아한다. 나는 음악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서포트를 해야할지 부모의 역할을 묻고 싶다.

▶엘 시스테마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 해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이수하여 알겠지만 학생은 매일 연습을 해야 한다. 레슨과 리허설에 제 시간에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플루트를 가르치던 열 살이 된 학생이 있었다. 나는 부모에게도 레슨에 함께 참석하기를 권유했다. 거의 부모님이 플루트를 학생과 함께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참여가 이뤄졌다. 부모가 학생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음악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니콜레스 레알).

▶엘 시스테마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학생에게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다. 가족이 학생을 격려해 주는 것은 성취에 대단히 큰 역할을 해준다(마크 처칠).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서포터즈로 일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가 구성이 되고 오래도록 유지가 되려면 후원이 중요하지 않나. 엘 시스테마는 어떻게 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후원자와 어떻게 연계를 가져야 하는가.

▶후원자를 만들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클래식 음악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분들, 그리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사회정의에 관심이 있는 분들, 이 두 가지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엘 시스테마를 서포트할 수 있는 분들이다. 삶에 관해서 굉장히 큰 열정을 갖고 계시고 어떻게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할까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분들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분들이 엘 시스테마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어시스트한다던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던지 개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아브레우 박사는 어떤 분에게도 오케스트라를 후원해 달라고 부탁부터 하지 않는다. 그 프로그램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러 온 다음에만 부탁을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빛나는 눈, 그리고 그 정신을 보고 나면 서포트를 하고 싶게 되는 것 같다.


정치인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매일 지방 정부의 지도자들이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을 돌아다니면서 관찰을 한다. 그들은 음악에 관해서, 클래식에 관해서 관심이 없지만 아이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을 보고 난 뒤에는 후원을 하고 싶은 열정이 생기게 된다. 아무튼 후원은 큰 과제인 것은 확실하다(마크 처칠).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를 하고 있는 아이의 학부모이다. 재능이 있어서 시작한 것은 아닌데, 세 해쯤 되니까 조금 혼란스럽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아이에게 꿈의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음악이 정말 아이의 진로가 될 수 있겠나. 두 분 선생님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음악이 내가 가야 할 길이다'라고 생각하셨나. 그렇다면 두 분은 꿈을 이루셨다고 보는데, 참으로 고민이 된다.

▶나는 엄마는 아니고 아들의 입장이다(웃음). 엄마로서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으신 심정을 이해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엄마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나를 믿어주었던 것, 그리고 음악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열정에 귀기울여주었고,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것, 내가 단순히 음악만 배운 것이 아니라 엘 시스테마를 통하여 정말로 큰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나는 엘 시스테마의 일원으로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배우게 됐다. 그것은 음악뿐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에 관대함, 관용, 사랑, 자비와 같이 어디서도 필요한 것들이었다. 만일 내가 음악적인 재능이 없었다 할지라도 내가 엘 시스테마에서 배웠던 이런 중요한 것들은 내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아리스티데 리바스).

▶나 역시 엄마는 아니고 아빠의 입장이다(웃음). 17살 난 쌍둥이 딸이 있다. 바이올린과 첼로를 하고 있는데, 굉장히 연주를 잘하지만 전문 연주자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삶의 많은 부분을 음악에 할애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 음악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음악을 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움을 창조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은 인간과 신, 그리고 인간과 주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음악은 '내가 저 사람보다 연주를 잘해야지'라는 경쟁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경쟁심리도 어느 정도 음악적 성취를 높일 수는 있지만, 이는 오래갈 수 없는 것이다(마크 처칠).

-나는 청주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사회 교사다. "왜 하필 클래식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클래식이라는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아이들도 친숙하지 않다. 케이팝(k-pop)을 한다던지 하면 아이들도 더욱 신나게 할 수 있을텐데, 엘 시스테마는 클래식만을 하는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이라면 되지 않을까.

▶오케스트라라면 최대 300명까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프로그램을 하기에는 오케스트라가 적합하지 않은가 싶다. 엘 시스테마는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이긴 한데, 물론 민속 음악이나 그런 방향으로도 할 수 있다. 나 역시 민속 악기를 가장 처음으로 접했다. 엘 시스테마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첼로를 하게 됐는데, 첼로로 민속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아리스티데 리바스).

▶그 질문은 요즘 모든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오케스트라가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음악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클래식 음악이 엘 시스테마의 중심에 있다.

미국은 모든 미국인들이 공유하는 민속 음악 문화가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반영할 수 있는 음악을 하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의 우수성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가'는 우리도 자문해 보는 부분이다. '클래식에는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가치가 존재하는가' 또한 우리 스스로도 묻는다.

베토벤, 모차르트, 말러… 무엇을 연주하든 우리의 전통을 반영할 수 있는 음악도 연주를 해야 하겠다. 베네수엘라에서도 그러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귀하의 실험 결과를 내게도 알려달라. 함께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마크 처칠).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구스타보 두다멜이라는 명지휘자도 배출되고 해서 굉장히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만, 반감을 산 적도 있는데 이 역시 클래식이었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의 사람들이 "왜 우리 자녀가 유럽 음악을 해야 하느냐"고 묻곤 했다.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의 디렉터가 이를 지역 사회에 잘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쉽지만은 않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나는 베네수엘라에서 안전하지 않고 굉장히 위험한 지역에서 자라났다. 범죄와 폭력배에 노출된 환경이었다. 나는 그 지역에서 엘 시스테마를 하는 유일한 학생이었다. 여러 사람에게 제가 타겟이 될 수도 있고, 소중한 존재가 될 수도 있는,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저렇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도 나는 후자였다. 폭력배들도 내가 음악가라는 것을 존중하고 좋아해줬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지역의 문화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귀하를 응원한다(아리스티데 리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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