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구원투수 등판? 한수원의 기억상실증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 2013.08.13 10:46

[블랙아웃 비상'電爭']

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최악의 전력난으로 전 국민이 절전에 동참했던 지난 12일, 무더위로 모두가 지친 오후 8시 무렵 '한국수력원자력'이 보내온 보도 문자 한통.

"한울4호기, 전력난 구원투수 등판!!"

100만kW급 원전 한울 4호기가 23개월만의 정비를 끝내고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을 승인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한수원은 설비개선팀장의 이런 멘트도 덧붙였다. "지난 7개월 간 한수원 직원들이 집과 현장만을 왔다갔다했죠. 아마 모든 직원들이 평생 잊지 못할 보람을 느낄 겁니다."

한울 4호기 재가동 승인이 전력위기를 넘기는데 큰 힘이 될거라는 기대와 안도감을 모르는건 아니다. 하지만 올 여름 유례없는 전력난의 중심에 '원전 비리'와 이로 인한 가동중단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마당에 이런 '자화자찬'은 '오버'도 한참 오버라는 생각이다.

지난 5월 28일. 신고리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원자로 가동이 전격 중단됐다. 원안위가 밝힌 이유는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정부인증 원전부품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가 부품 테스트 서류와 그래프를 조작한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한수원의 납품 비리구조가 모두 드러났다.

여름을 앞두고 100만kW급 원전 2기가 예상치 못하게 중단되면서 블랙아웃 가능성이 제기됐다. 설비용량으로 따지면 원전 2071만6000kW 중 771만6000kW를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올 여름 전력최대수요 예상치는 7900만kW였으나, 공급 능력은 8000만kW에서 7700만kW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올해 한번만 절전에 동참해달라. 내년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국민에 고개 숙여 읍소했다.

이후 공공기관 냉방기 가동이 중지됐고 일반 기업도 냉방 제한에 들어갔다. 은행도 백화점도 시원하지 않자 거리 시민들은 은행 ATM기 박스 안에 들어가 더위를 피했다. 명동 상점들은 손님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면서도 과태료 강화에 문을 닫고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을 더 지치게 한 것은 원전 부품 위조가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수원에 납품된 품질검증서 위조 부품은 총 561품목 1만3794개로, 원전에 설치된 것은 341품목 6494개다.

이와 관련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전 용수 처리와 관련된 설비업체에게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한수원 사장 자리는 김균섭 전 사장이 원전파문 책임을 지고 면직 처분된 이후 2개월째 공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원전비리를 질타하고, 개혁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수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구원투수'를 말하기보다 이번 전력난의 원인에 대한 기억을 되찾는 것, 유구무언(有口無言)의 자세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멈추지 않게 관리하는 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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