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월화수 고비...대책은 '호소'뿐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13.08.11 16:27

'짜낼 만큼 짜낸' 전기.. "일단은 넘기고 보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오후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대회의실에서 대국민 동참호소를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건물 내부는 동굴처럼 어두웠다. 전날 비가 내렸고,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내부 공기는 후덥지근했다. 직원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한전 직원들이 전기를 '짜내고' 있는 이곳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전력수급위기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를 마친 뒤엔 절전을 호소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정부는 '벼랑 끝'에 몰린 분위기다. 이번주 전력 수요가 8050만kW까지 올라, 대책 시행 전 예비력이 마이너스 306만kW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비리사건으로 멈춰 선 원자력발전소들은 아직 그대로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를 몰아내고 찾아온 폭염은 전력수요를 급증시켰다. 절전규제, 산업체 조업조정, 민간자가발전 등 비상 대책들을 총 동원하더라도 전력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 단계 발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으로 준비했던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더라도 예비력이 180만kW에 불과해, 자칫 발전기 한대만 고장이 나도 지난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순환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날 절전규제에 참여하지 않은 대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례적이다. 절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계 전력수급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5일부터 시행된 절전규제. 기아차 광주공장, LG화학 파주공장, 에스오일 울산공장, 남양유업 나주공장 등은 규제가 시행된 5일 내내 규제를 지키지 않았다.

정부는 절전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에는 현장에 한전직원들을 파견해 직접 절전을 관리토록 할 계획이다.

이날 전력수급 대책회의를 통해 나온 대책들엔 '새로울 것'이 없다. 공공기관들을 우선적으로 절전에 참여토록 하는 것은 기존에도 언급되던 대책 중 하나다. 사실상 정부는 '짜낼 만큼 다 짜낸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선 정부는 결국 국민들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윤 장관은 "내일부터 3일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업체, 공공기관, 가정, 상가 구분 없이 전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하여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실내는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나 설비의 전원은 차단해 달라"고 국민들에 당부했다.

'순환단전'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다. 윤 장관은 "불가피하다면 매뉴얼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시행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막고자 이 같은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순환단전 매뉴얼은 주택-상가-산업체 순을 유지하고 있다. 단전 1순위는 주택·아파트, 일반상가 2순위는 다중이용시설 공급선로, 산업용 일반, 산업용 공단 3순위는 농어업·축산업 등 정전민감고객(양식장 등), 대규모 산업용(66㎸ 이상)으로 분류돼 있다.

정부는 수급위기 비상이 발령될 경우, TV속보, 인터넷, 문자 등을 통해 국민들께 신속히 상황을 전하고, 특히 예비력 200만kW 미만의 전력수급 경보 '경계'단계 발령 시, 민방위 사이렌을 송출해 정전상황에 대비하고 국민들의 절전을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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