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잘하는 아들···프로게이머 시켜도 될까?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 2013.08.15 08:59

10대에 억대연봉 '스타'되기도 하지만…전성기 짧아 은퇴뒤 '문제'

#배우 차모씨의 아들 A씨(24)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A씨는 지난 3월 대마초 흡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소속팀에서도 이미 방출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게이머 B씨(26)는 지난 2010년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지난 2월 마씨는 본인이 승부조작을 직접 하지 않았으며 브로커로 돈을 건넸다고 해명했다. 프로게이머로서 최고 주가를 올리던 마씨가 당시 받은 금액은 150만원이었다.

프로게이머와 얽힌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프로게이머의 삶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합숙 생활을 하며 10대 후반부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프로게이머는 유난히 선수 생명이 짧다. 어린 나이에 사회를 경험하고 연예인급의 인기를 누리며 거금의 상금을 획득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스포츠에 비해 이후 삶이 지극히 불투명하다.

이에 e스포츠 프로구단, e스포츠협회, e스포츠연맹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선수들의 향후 진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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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가 인생의 갈림길

프로게이머는 지난 200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초등학생 직업선호도 10위의 직업이었다. 최근 e스포츠의 인기가 비교적 사그라지면서 직업선호도 순위에는 들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어린이·청소년들의 선망을 받는 직업으로 꼽힌다.

e스포츠선수로 활약하는 선수들의 연령은 대부분 20대 이하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합숙생활을 하면서 하루 10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서 연습에 몰두한다. e스포츠 프로선수로 활동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일반 스포츠선수, 연예인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학교를 자퇴하거나 수업에 불참하는 경우가 많아 은퇴 후 삶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과 e스포츠업계에서는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요환, 홍진호 등 일부 톱스타급 인기를 누리는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군입대를 전후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순발력과 집중력, 그만큼의 연습량을 갖춰야 하기에 일반 사병으로 복무 후 다시 프로게이머로 복귀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프로게이머 대부분은 10대 후반을 게임에 몰두하다가 군입대를 앞두고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대학교 진학 등을 통해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 외에는 군입대를 통해 이후 삶을 모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업과 병행해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는 경우가 적어 다시 학업으로 복귀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게임업계에 취직하거나 코칭스태프, 구단 스태프 등이 되는 문 역시 매우 비좁다.


스타크래프트2 해외 프로팀인 마이인새니티에 소속된 정지훈씨(19)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정씨는 "해외팀에서 뛸 수 있는 만큼 머무른 후 군입대를 생각하고 있다"며 "어린 나이에 합숙생활, 경쟁 등 사회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은퇴가 빨라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선수로 꼽히는 임요환(왼쪽)과 이윤열/사진제공=OSEN

◇프로게이머 역사 15년, '직업군'으로 인정 받으려면···

가장 프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스타크래프트2 리그의 경우 e스포츠협회 소속 선수들은 연봉을 받고 일하며 e스포츠연맹 소속 선수들은 참가한 대회 상금을 주 수입원으로 삼게 된다. 청소년층에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선수들도 있고 몇년간 선수생활을 통해 수억원을 버는 선수들도 있다.

문제는 소수의 선수들 외에 당장 20대 중후반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e스포츠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MC로 꼽히는 이현주 캐스터는 프로게이머들이 롤 모델로 꼽는 성공 케이스다. 이 캐스터의 경우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하고 아나운서 수업을 받는 등 노력을 통해 지금의 경력을 쌓았다. 이 캐스터는 주위에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진로상담을 자주 받는다.

이 캐스터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진로를 직접 결정한다는 모습은 너무나 보기 좋다면서"도 "대부분은 이후 진로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경우에는 프로게이머를 늦은 나이에 시작한 데다 e스포츠 1세대이다 보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며 "어린 선수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어떤 진로를 택해 노력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 캐스터는 2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더라도 연계된 학교로의 진학 등을 통해 고등교육까지는 반드시 받도록 한다거나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는 선수들의 경우 은퇴 후 게임업계 등에 몸을 담을 수 있도록 활로를 모색해줘야 한다는 것. 단지 프로게이머를 했다고 직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직업을 원하는 선수들이 교육 과정 등을 이수할 경우 다른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정부나 업계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e스포츠협회에서도 자신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e스포츠협회의 경우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로 아직 가맹단체가 아니라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가맹팀들의 이사회비로 버텨나가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현재 운영하고 있는 프로게이머 교육 프로그램, 사이버대학교와의 산학협정 등 외에 선수들의 진로까지 열어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서형석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운영 팀장은 "현재 협회 예산으로는 프로게이머들의 처우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선수 생활 후에 대한 도움을 주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군입대와 함께 선수생활을 접는 선수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직업 접근성이 낮아 이에 대한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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